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에서 123석의 의석을 차지해 제1당으로 부상했다. 열린우리당 이후 8년 만에 다시 1당을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이번 승리는 여권에 대한 민심 이탈의 반사 이익인 것에 불과하다. 유권자들로서는 ‘차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더민주가 잘해서 찍은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더민주는 국회선진화법 체제 안에서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로 일관해왔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노동개혁법안은 줄곧 발목을 잡아왔다. 교육개혁의 핵심인 대학구조개혁법에도 반대였고 정부가 최근 내놓은 규제프리존 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더민주는 국민의 삶과 문제를 해결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폐쇄적인 계파 패권이나 기득권에 매몰됐다”(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격동 과정에서 제1당으로 급부상했다. 이번에 더민주를 지지한 국민이라고 해도 지금까지의 반대투쟁 노선을 지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운동권 정당의 이미지로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회복하기도 어렵다.

제1당인 더민주는 국가 운영에서 그에 상응한 책임을 나눠가져야 마땅하다. 여당이 아니라고 해서 면책될 수 없는 국회 권력분점의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경제 정책은 더욱 그렇다. 당장 수출이 안 되고 내수마저 살아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 자세를 보여야 한다. 외교 국방 복지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차제에 국회의결정족수를 5분의 3 중다수결로 정해 놓은 국회법은 새누리당과 함께 일찌감치 개정해 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더민주가 집권하더라도 필요성은 마찬가지다. 집권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집권의 책임만 져야 하는 일이 생겨서야 되겠는가.

박근혜 정부와 협조하는 모습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선까지의 1년8개월은 긴 시간이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으로 불과 한 달 만에 무너져 내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더민주 내부의 합리주의 진영은 이번만큼은 좀 큰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