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미래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신산업 민관협의회’를 어제 발족시켰다. 글로벌 산업판도를 바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신산업 육성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절박감이 그 배경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밀리면 지나간 산업혁명 때보다 국가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산업 민관협의회는 미래의 새로운 트렌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기업과 정부가 대응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른바 ‘한국판 신산업 청사진’을 올해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최종 보고서가 나와 봐야 구체적 내용을 알겠지만 신산업 민관협의회 첫 회의에서 확인된 몇 가지 원칙은 일단 눈길을 끈다. 먼저 신산업에 대한 민간주도, 시장주도를 명확히 선언한 점이 그렇다. 정권마다 이른바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정부 주도로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고 만 경험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제발표를 한 베인&컴퍼니가 “하나의 기업이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오는 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정부가 신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분명히 적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 혁파에 주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창조와 혁신은 기업이 할 테니 규제 문제는 네거티브 방식 정도가 아니라 그 무엇을 해서라도 정부가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차제에 단지 기업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족쇄가 된, 60건에 달한다는 대기업 규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개방화·글로벌화도 강조했다. 게임 체인저, 플랫폼 등이 신산업의 특징으로 꼽히는 만큼 좁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하는 동시에 글로벌화로 나가야 성장도 수출도 끌어올릴 수 있다. 첫 회의에서 확인된 이런 신산업 육성 원칙들이 얼마나 지켜지느냐 하는 문제다. 더 이상 정책적 시행착오를 반복하기엔 신산업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