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을, 그의 저서 제목 그대로 ‘위대한 탈출’에 성공한 나라로 본다. 디턴 교수는 엊그제 한경과 한 송년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 40~50년간 성공적으로 성장해온 국가”라며 “이제 가난한 나라들이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몇몇 사람이 한국의 불평등이 세계 어느 곳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니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 미국보다 불평등이 더 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한경은 2014년 불평등론으로 피케티의 저작이 한창 논란이 됐을 때 불평등을 제대로 정의할 수만 있다면 성장의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 디턴 교수의 《위대한 탈출》을 소개하고 번역 출판했다. 그러나 일부 반(反)시장 진영에서는 번역본의 일부 누락을 핑계로 디턴 교수가 마치 “자본주의는 곧 불평등”을 설파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본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한국의 불평등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한 세력도 같은 부류일 것이다. 새로운 번역판과 이번 송년인터뷰로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

이번 인터뷰에서 디턴 교수는 “저성장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저성장은 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키워 정치를 오염시킨다”고 강조했다. “성장률이 높으면 최하위 계층을 돌보기 위해 상위계층의 몫을 떼내지 않아도 되지만, 성장률이 제로라면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수년간 감성과 구호만 횡행한 한국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성장이 아니라 분배만 강조하는 포퓰리즘에 빠졌고 선거를 거치면서 경제민주화, 무차별 복지, 분배 우선론은 더 요동을 쳤다. 그러나 디턴 말대로 성장을 멈추면 더욱 불평등한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위대한 탈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나서는 안 된다.

성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국가나 더 나은 내일을 일구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디턴이 던지는 새해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