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의 마을공동체사업을 전수조사한다. 정책 효과가 낮고 예산 낭비가 심한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서울 경기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예산 낭비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일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마을공동체사업이 추진된 이래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진단이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기준으로 마을공동체사업 전체 예산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조사 대상은 6개 부처, 14개 사업이다. 행자부 마을기업·정보화마을, 농림축산식품부 전원마을,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 등이다. 중앙부처가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정부는 예산을 지원할 뿐 공동체 선정 및 운영은 각 지자체가 맡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는 지방자치 발전에 따라 자치권, 예산권 등 지역 재량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마을사업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종합적인 성과 분석 없이 시행된다”고 지적했다.

우선 행자부는 서울 부산 경기 경남 전북 충남 등 6개 시·도가 추진 중인 마을공동체사업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행자부는 관 주도로 진행돼 수요 반영이 미흡하고 주민 참여가 부족한 마을에 보조금이 지원되는 예산 낭비 사례를 집중적으로 적발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당·정·청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당은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마을공동체사업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공동체사업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재정 낭비를 제거해야 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일부 민선 지자체장을 겨냥한 표적 조사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서울시는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마을공동체사업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시장은 마을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까지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마을공동체사업 역시 대부분 협동조합이 선정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마을공동체사업

마을 단위의 소규모 공동체를 회복시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현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취임 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공식용어가 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