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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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거래일 만에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보이자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193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한 매물을 상당 부분 정리,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보텀피싱(저점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00선에서 이미 주가 바닥이 확인됐다는 희망적인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될지 판단하기는 조금 일러 보인다.

‘PBR 1배=바닥’ 통했나

'뜰채'로 건져 올려진 IT·화학株
20일 코스피지수는 29.40포인트(1.55%) 오른 1930.06으로 장을 마쳤다. 기관이 1175억원 이상 순매수한 가운데 외국인(198억원)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사자’ 우위로 돌아서며 지수 반등을 견인했다.

지난 17일까지 올 최장 기간(11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팔자’ 공세를 하루 멈추면서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전문가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서 강한 반등이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00선은 미래 예상치를 제외한, 과거 실적 기준 PBR 1배에 해당한다”면서 “이날 반등으로 국내 증시는 이미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PBR 1배 이하는 주가가 상장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주가 바닥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제임스 한 UBS증권 애널리스트는 “PBR이 0.81배까지 떨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코스피지수는 PBR 1배 근처에서 저점을 형성했다”며 “올해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도 10.4배로 과거 위기 때 평균을 밑돌고 있어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석원 CLSA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민감주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는 저성장 국면에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 투자자, IT·화학주 ‘눈독’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개별 종목에 대한 저점 매수는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936억원)를 비롯 정보기술(IT)주를 1114억원어치 사들였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110만6000원으로 1.56% 올랐고, 삼성SDI(9.48%) LG디스플레이(4.73%) LG전자(2.51%) SK하이닉스(1.81%) 등도 급등했다. 지난주 16만200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차는 외국인이 12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16만9000원으로 4.3% 뜀박질했다.

약세장이 시작된 지난달 이후 IT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저가 매수세는 한층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장기 투자자가 메우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화학주 매수세도 눈에 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OCI(651억원) LG화학(479억원) 롯데케미칼(332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실적 부진으로 그동안 외면받던 종목들이다. 윤재성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나프타 등 원재료 비용이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종목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 밖에 건설 철강 등도 낙폭 과대에 따른 저점 매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한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와 내년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이번 조정으로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한 종목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포스코 SK하이닉스 등을 저가 매수 대상으로 제시했다.

■ 보텀피싱

bottom fishing. 주가가 ‘바닥’ 상태인 주식을 매수해 반등세에 내다 파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통상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거나 매도세가 과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강지연/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