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소득 과세와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서울 강남권 상가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상가 전경. 한경DB
주택 임대소득 과세와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서울 강남권 상가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상가 전경. 한경DB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서 열린 ‘문정역 테라타워’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상가 공개추첨식 행사장. 당첨자가 발표될 때마다 청약자들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이날 당첨자를 가린 10개 상가 점포 청약자는 모두 624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62.4 대 1, 청약자가 가장 많았던 1층 점포는 264 대 1에 달했다. 김용태 잠실88공인 대표는 “지하철8호선 문정역과 바로 연결되는 목좋은 상가가 공급돼 투자자가 많았다”면서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침 이후 상가 등 비(非)주택 수익형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끄는 문정·마곡·위례 상가시장

송파 와이즈더샵, 16분 만에 완판…문정역 테라타워, 264 대 1 경쟁률…문정·위례·마곡 상가로 돈 쏠린다
지난 2월 말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침 발표 이후 서울 문정·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의 상가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임대소득의 비과세 매력이 줄어들면서 세금(종합소득세)은 내지만 상대적으로 임대수익률이 높은 수도권 인기지역 상가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3월 말 분양된 위례신도시 ‘송파 와이즈 더샵’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도 청약 시작 16분 만에 공급된 119개 점포가 모두 ‘완판’됐다. 상가 분양권에 3000만원의 웃돈까지 붙으면서 전매를 노린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앞서 공급된 ‘위례1·2차 아이파크 애비뉴’ 상가도 1층은 분양가에 5000만원가량의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다.

상가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지식산업센터에선 주 상품인 사무실보다 부대상품인 상가를 먼저 분양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분양 시작 3개월 만에 156개 상가 계약이 끝난 문정지구 6블록 ‘H스트리트’가 대표적이다. 이웃한 7블록 등 다른 문정지구 지식산업센터들도 상가 분양을 먼저 준비 중이다.

민간 아파트에 비해 상가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 아파트 상가는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올 들어 공급된 전국 23개 단지, 150개 상가가 매각 예정 가격보다 평균 160% 높은 가격에 모두 주인을 찾았다. 495개 상가 중 470개가 낙찰돼 분양률이 95%를 기록한 지난해 분양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재건축 투자자, 상가로 이동”

최근 불고 있는 상가 열풍은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침 여파로 주택 투자상품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부동산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서울 강남권 1층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 이상으로 최소 1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이는 재건축을 앞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사업 시작 후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데다 최근엔 주택시장 침체로 예상치 못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등 변수가 많아졌다. 반면 상가는 임차계약만 체결하면 곧바로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노후한 재건축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10억원을 투자할 경우 전세금으로 3억원만 회수한 채 재건축 추진만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가 투자시 인근 상권의 특성 등 몇 가지는 꼭 챙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상가는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위치와 임차인, 업종, 상가 공급 상황, 상권 특성 등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병원이나 은행은 임대료가 비싼 1층보다 2층 이상을 선호하고 약국과 음식점은 1층을 찾는 등 임차 업종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문정과 위례 등 일부 택지지구 외에 도심 외곽이나 테마상가 시장은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많다”며 “인기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임대 업종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