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빵집 프랜차이즈의 모범거래기준을 제정, 기존 가맹점의 반경 500m 안에는 새 점포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 또 5년 내 리뉴얼을 금지하고, 인테리어와 간판 교체 시 비용의 20~40%를 가맹본사가 내도록 했다. 형식은 모범기준이지만 실상은 가맹본사를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피자 치킨 등 여타 업종에도 모범기준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가맹점주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500m 내 중복 가맹점 비율이 44.5%에 달하는 가맹본사도 있을 정도다. 또 평균 4년3개월마다 리뉴얼을 요구하고, 인테리어 간판 교체비용으로 평균 7000만원을 전액 점주가 부담해야 했다. 따라서 공정위의 모범기준은 기존 점주들에게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공정위 규제는 심각한 결함을 내포한다. 공정위는 가맹본사와 점주 간에 발생하는 마찰을 정부 개입의 근거로 삼았다. 이는 모두 눈에 보이는 갈등들이다. 하지만 가맹점 사업에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정위의 새로운 규제 덕분에 기존 점주들의 기득권은 보호되겠지만, 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수만수십만 예비 점주들에게는 시장 진입을 막는 거대한 장벽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가맹본사의 등장을 억제해 또다른 파리바게뜨가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다.

가맹본사와 점주는 외견상 갑과 을의 관계로 보이지만, 프랜차이즈는 양자의 공생관계가 전제돼야 성립된다. 가맹본사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점주 모집이 불가능하다. 점주 입장에서도 이미 가맹본사가 생산한 가치에 편승해 창업에 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가맹본사의 횡포를 비난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 폭발적인 가맹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갈등은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위험의 전형적인 요소다.

가맹 창업이 단독 창업보다 폐업 위험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 공정위가 밝힌 가맹점 폐업률이 12%이지만, 국세청이 조사한 음식업의 3년 내 폐업률은 19.7%, 빵집 같은 소매업은 15.7%에 이른다. 창업 5년 후 음식·숙박업 생존율이 29.08%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를 보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그렇기에 가맹점수가 2008년 10만7354개에서 작년 말 17만926개로 급증했다.

물론 프랜차이즈 시장이 아직 안정 단계라고 볼 수 없기에 규칙의 필요성도 없지는 않다. 평균 1억8000만원을 이미 투자한 점주 입장에선 소위 ‘가맹의 덫’도 작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 규칙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돼야 지속가능하다. 어떠한 명시적 규제도 시장의 역동성을 억제하고, 시장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자영업의 생성과 소멸은 자연의 법칙이다. 공정위의 역할은 시장의 경쟁 촉진이며, 그 판단근거는 오로지 소비자의 이익에 입각해야 마땅하다. 공정위가 사업자들의 사적 계약에 간여해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에 균형을 잡아주겠다는 발상은 과욕이자 월권이다. 사려깊지 못한 규제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서서히 질식하게 될 것이다. 움직이는 시장을 멈춰세우는 공정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