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제약의'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결과 조작 공방' 첫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제약사와 시험기관의 손을 들어주자 제약업계는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생동성 시험이 조작된 의약품을 팔면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았던 보험급여를 돌려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제약업체 측은 "시험기관이 몰래 검사를 조작했다 들통나 해당 의약품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며 "제약사는 조작이 없었으면 정상적으로 허가받아 팔았을텐데 시험기관의 잘못으로 못 팔게 돼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본지 4월18일자 A16면 참조

더구나 '생동성 결과 조작' 사태의 또다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해당 의약품 소비자들은 소송을 내더라도 승소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소송을 내도 생동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보다 약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만 기준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의약품을 복용했다는 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위자료 정도는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동성 결과를 조작한 경쟁업체들도 "생동성 검사를 통과하지도 않은 복제약을 만들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시장에서 '새치기'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새로운 복제약을 시장에 내놓으면 그만큼 해당 의약품 시장 규모가 커져,경쟁업체의 시장점유율을 검사 조작 업체가 가져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생동성 검사 조작' 공방에 대한 제약업계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이번 판결이 우리 쪽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제약사에 잘못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과부하가 걸려 있던 시험기관에 제약사 측이 매일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으라고 채근하던 상황"이었다며 "엄연히 해당 제약회사 이름을 걸고 상품을 판매하게 되는데 단순히 '우리는 위탁했을 뿐'이라는 변명으로 종합적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까지 나몰라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다음달 중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김준래 변호사는 "생동성 검사 조작 관련 사건의 1심 판결도 원고 일부승소,원고 패소 등으로 왔다갔다 한다"며 "대법원에 가면 승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생동성 검사를 조작해 요양급여 비용을 타낸 것은 위법"이라며 영진약품일동제약 등 제약사와 시험기관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 생물학적 동등성 검사

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해 약효를 검사하는 것.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복제 약물이 실제로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 여부를 시험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