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정전사태] 빗나간 수요예측·왜곡된 요금체계 … 예고된 '전력대란'
전기 의존한 난방형태 급증 … 수급 불안 당분간 지속 될 듯
◆정부의 엉터리 수요예측
올 겨울 정부가 예상한 최대 전력사용량은 7250만㎾였다. 하지만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이날 전력사용량은 정부의 예상치를 64만㎾나 웃돌았다. 당국의 예상이 1월이 채 지나기 전에 어긋난 것이다.
정부의 수요예측은 과거에도 빚나갔다. 정부는 2002년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 최대 전력 수요를 6062만㎾로 전망했다. 여기에 맞춰 공급능력을 7582만㎾로 확충하고 공급 예비율(최대 전력 수요 대비 예비전력 비율)을 25%로 맞출 계획이었다.
이런 예측은 결과적으로 '엉터리'였다. 지난해 최대 전력사용량은 7131만㎾로 당초 정부 전망치를 17.6%(1069만㎾) 초과했다. 전력 예비율도 당초 계획에 턱없이 모자라는 6.2%에 그쳤다.
전력 수요 증가를 처음부터 잘못 예측한 탓이다. 2002년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전력사용량이 연평균 3.3%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2000년대 들어 실제 전력사용량은 연평균 5.7%나 늘어났다.
한국전력이 적자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한전은 2008년 2조9525억원,2009년 777억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 말까지 511억원의 적자(당기순손실)를 내면서 발전소 건설,송 · 배전 설비 투자 등을 위한 재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전력대란 당분간 계속될 듯
전력대란은 앞으로 2,3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작년 말 내놓은 '제5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2024년까지 원자력발전 14기,석탄화력발전 15기,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19기,수력 · 양수발전 2기가 더 건설된다. 노후 발전설비가 19기 폐기돼 398만㎾의 공급능력이 감소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전력공급은 4000만㎾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2013년까지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13년까지 최대 전력소비량 대비 예비전력 비율은 10%를 밑돌 전망이다. 2011년 6.6%,2012년 7.3%,2013년 8.6%로 높아지더라도 안정권인 10%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2014년 예비율이 13.9%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이나 겨울철 전력 수요를 제대로 관리했을 때의 수치다. 지금처럼 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행태가 계속되면 전력 수급 불안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야
난방 수요가 겨울철 전력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7.8%에서 지난해 24.4%로 늘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전기요금을 장기간 낮은 수준으로 묶어 가스나 등유 난방이 지속적으로 전기 난방으로 몰리는 현상을 사실상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등유 가격이 98%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12%만 올랐다. 등유 가격은 국제 에너지 가격에 연동돼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계속 인상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가격 억제로 전기요금은 적정원가의 93.7% 수준이다. 농업용은 36.5%,심야전력은 73.9%에 불과하다. 전체 전력 사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도 96.5%로 원가보다 낮다.
소비 패턴은 왜곡됐다. 이 기간 등유 소비가 67% 감소한 반면 전기 소비는 42% 증가했다. 국내 에너지 소비에서 등유 등 석유제품의 비중이 59.9%에서 53.8%로 낮아진 데 반해 전기는 14.9%에서 18.6%로 늘었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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