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에 기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그리스식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7500억유로 규모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최근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아일랜드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유로존의 구제금융 메커니즘이 시험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국제금융 가능성 고조

FT는 "기금 출범 당시 수장인 클라우스 레겔링이 '(재정위기가 재발해) 기금이 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기금을 써야 할 처지가 됐다"며 "이제 갓 태어난 기금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지난 6월 한시적으로 마련한 EFSF를 2013년 항구적인 기금으로 대체키로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2일 서울에서 "EU는 현재의 아일랜드 재정위기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시장의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앞서 메르켈 총리는 "납세자들에게 (다른 나라) 금융위기에 따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변방국'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같은 독일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시장에선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이먼 틸퍼드 유로개혁센터 이사장은 "기금이 생겨 그리스발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4~5월보다 여건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국채 금리 한때 9.29%…사상 최고 행진

EU는 아일랜드의 재정위기가'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각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을 시사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 중인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은 "EU는 필요할 경우 아일랜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영국,프랑스 재무장관도 서울에서 아일랜드 문제를 긴급히 논의했다.

EU는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로존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재정위기가 빠르게 전염될 기미를 보이자 태도를 바꿨다. 아일랜드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2일 유로존 출범(1999년) 이후 최고치인 9.29%까지 치솟았다. 이후 EU를 중심으로 한 지원설에 힘입어 8%대로 떨어지긴 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덩달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FT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선 이미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 국채 가격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가정해 매겨지고 있다"며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EU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선 3분의 2가 "내년까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며,규모는 480억유로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아일랜드의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에 이른다.

박성완/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