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이요? 말도 마십시오.요즘 누가 집을 사려 듭니까. 청라지구(인천) 5월 분양은 일단 미루기로 했습니다. 수요가 일어나려면 연말께는 가봐야 할 판인데요,뭐."(중견건설사 전략기획실장 S상무)

"매년 45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올해는 작년처럼 35만가구에 그칠 전망입니다. 민간 건설사의 주택공급이 우려할 정도로 위축된 때문이죠.그래서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한해 풀어주려는 겁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언론 인터뷰에서)

현장(건설업계)과 주무부처 장관의 목소리엔 극심한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똑같이 묻어난다. 그러나 업계는 꿈쩍 않는 수요침체로 주택공급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데 반해 장관은 공급확대를 위해 규제완화(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S상무는 "청라지구는 2007년만 해도 5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침체 여파로 여기서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분양 날 게 뻔한데 당장의 금융비용이 아깝다고 분양을 밀어붙일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올해 청라지구에서는 1만17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인데 상당수 건설사들이 분양 현황판에서 '??월 분양'을 '미정'으로 바꿔 달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공급이 금방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급랭으로 매수세가 사라져 주택 공급이 급감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혹시 규제완화에 대한 실적부담에 밀려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분양가상한제)까지도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공급 감소는 경기가 호전되고,지금까지의 규제 완화가 약발을 받으면 자연스레 풀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그동안 집값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돼온 분양가 상한제를 쫓기듯 없애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주택공급은 안 늘고,분양가만 올라버릴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