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제위기의 해법을 놓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외교학 교수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블로그를 통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는 정작 블로그를 통한 경제학자들의 의견 개진이 활발하지 않다. '미네르바'라는 익명의 온라인 논객이 '격한 주장'으로 클릭 수를 늘려가는 것도 통찰력이 돋보이는 경제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블로그 경제학'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단계에 불과하다. 대학 경제학 교수들의 경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을 대학 홈페이지 등에 올리고 있는 수준.한국 경제 전체에 대한 방향 제시와는 거리가 멀다. 연구소에 있는 경제학자들 역시 공식적인 리포트를 내고 있을 뿐 비공식적인 블로그 활동을 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내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논문을 통하거나 세미나 토론회 심포지엄 등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며 "아직까지 블로그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나마 김광수경제연구소 21세기경제학연구소(소장 최용식) 등 개인 연구소들이 온라인상에서 의견 개진을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산하 연구소들이 함부로 못하는 정책 비판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꺼리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자유롭게 쏟아내 주목받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경우 미국 모기지업체의 문제점과 한국 증시의 최근 급락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책을 발간하거나 유료회원 중심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좀더 폭넓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블로그 경제학'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경제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풍토가 아직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연구소는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은 개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단다고 하더라도 쉽게 블로그에 올리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여론 재판'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도 한 이유다. 가령 농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자유로운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될 수 있다. 정창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위기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경제학 역시 경영학과 마찬가지로 실용 학문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며 "블로그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 제시도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