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

오ㆍ바ㆍ마.부동산 시장에 나도는 신 조 어 다 . ' 오-오를 줄 알았던 집값,바-바닥을 모르겠네,마-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지.' 집을 팔거나 사려는 사람 모두 관망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부양대책의 약발이 시장에서 전혀 안 먹힌다. '6ㆍ11 대책'부터 '11ㆍ3 대책'까지 5개월 사이에 7차례나 지방 미분양주택 지원,재건축 후분양제 폐지,고가주택 기준 상향,그린벨트 해제,종부세 부담 완화,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등을 발표했다.

한 달 전 내놓은 재건축아파트 용적률 상향,수도권 투기지역 해제,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는 과거 같으면 폭탄이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란 냉각수에 불발탄이 됐다.

역대정권은 부동산투기 억제와 경기부양이란 상반된 정책목표를 위해 이 메뉴판으로 '조였다'와 '풀었다'를 반복했다. 지금은 이 식단을 보고도 부동산거래 주체들의 식욕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정책당국이 새 메뉴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변했는데 재탕,삼탕한 탕약을 내놓으니 통할 리가 없다. 예전에는 국내 시장의 맥만 짚으면 됐다. 지금은 국내 부동산 하강 사이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ㆍ부동산 사이클을 봐야 한다.

마치 노무현 정권이 집값을 잡는답시고 2003년과 2006년 재건축 규제와 판교신도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린스펀발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두 손을 들었던 전철을 밟는 꼴이다.

당국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를 최후의 카드로 꺼냈다. '바이 코리아'에 나선 해외 자금은 환차익을 염두에 두고 입질할 만한 메뉴다. 한두 채 사뒀다가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을 경우 자식한테 물려주는 재테크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외환외기 직후처럼 돈 가진 사람의 '투자 가수요'를 불사르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서울 강남에 2006년 고점 대비 30~40% 떨어진 급매물을 산다고 하자.주판알을 튕겨보면 3년 뒤 팔 때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저축은행 복리(연이율 8%로 총 26%)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투자가치가 있다. 양도차익이 26%를 밑돈다면 아무리 양도세를 적게 낸다고 해도 기회의 손실이다.

당국이 메뉴판을 바꿔야 한다. 가수요와 유효수요를 동시에 되살리는,또 건설사와 주택소비자 모두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투 트랙'을 써야 한다. 펀드투자 적자로 계약 후 잔금을 못 치르는 30~40대 직장인들,할인된 미분양 아파트를 기다리는 사람들,화려한 아파트 시설을 원하지 않는 실속파들,이런 소비자들이 집을 살 경우 정부 보증으로 10,20,30년짜리 장기 저리 대출을 해줘야 한다.

정부가 자금여력이 없는 빈곤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듯이 무너진 중산층의 잠재수요를 유효수요로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을 담보로 빌려줘도 좋다. 상환능력이 모자란 저소득 계층에까지 주택대출을 남발한 데서 위기를 촉발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국 프랑스 중국도 주택구매자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우리나라 내집 보유율은 60%로 영국 69.8%, 미국 68.3%, 일본 61.2%보다 낮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와 주택거래 실종은 실수요층의 주택 자가보유율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역발상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