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동 렉스아파트 재건축
市, 부지 25% 기부채납 조건


한강변에 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가 최고 56층의 초고층 일반아파트로 재건축된다. 서울시는 부지의 25%를 기부채납(공공에 재산을 무상으로 기부하는 행위) 받는 대신 35층으로 제한했던 층고를 대폭 높여 주기로 했다. 한강변의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한강변에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렉스아파트 재건축 계획이 34차 건축위원회에서 건축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고 2일 밝혔다. 통과된 건축계획안에 따르면 이곳에는 56층 41층 36층 등 3개 동으로 구성된 아파트 508가구가 지어진다. 상업지역(또는 준주거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가 50층대의 초고층을 허용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로 45층이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최고 층고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의 69층이다.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의 건축 방향을 가늠케 하는 렉스아파트 건축 심의는 2006년 시작됐지만 서울시가 일반 재건축 아파트의 두 배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조합이 이에 반발하는 바람에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기부채납에 대한 보상으로 층고규제 완화 인센티브(35층→최고 56층)를 전격 제공하고 조합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심의가 성사됐다.

렉스아파트의 이상우 조합장은 "사유화된 한강변에 공공 공간을 최대한 조성하려는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층고 제한이 풀리면 뛰어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 서울시 제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한강변에 있는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해서도 렉스아파트처럼 비슷한 기부채납 비율에 층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렉스아파트는 한강변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수변 경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최초의 사례"라며 "다른 아파트에도 이 모델이 적용돼 오세훈 시장이 약속한 대로 한강변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초고층을 허용받는 대신 전체 부지(3만903㎡)의 25%에 해당하는 7726㎡의 땅을 서울시에 무상으로 내놓는다. 단지 동쪽에 자리 잡은 이 부지에는 한강으로 바로 건널 수 있는 친환경 다리와 공원이 조성된다. 가구 수는 165㎡(50평형) 단일 평형 460가구와 임대아파트 48가구다. 정부가 추진 중인 용적률 등 재건축 규제완화 조치가 실행되는 즉시 사업계획승인 관리처분 등을 거쳐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