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공포' 한푼이라도 아끼자!...이자 부담… '작은집 갈아타기' 확산
판교 아파트 해약 위해 지방근무 자청

'D(Deflation·자산가격 하락 속 경기침체)의 공포'가 부동산시장에 엄습하면서 가계와 건설업계 모두 비용절감과 현금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값 급락 상황과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한 고비를 넘기더라도 장기 불황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가계는 작은 주택으로 갈아타기,전세 눌러앉기,불요불급한 부동산 자산 매각 등으로 긴축에 들어갔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포기


가계는 보유 부동산 구조조정에 바쁘다. 이자 부담 때문에 아파트 계약을 해지하려는 사람들 중엔 해약금을 줄이기 위해 지방근무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송익준씨는 2006년 당첨된 판교신도시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를 해약하기 위해 지방 지사로 전근을 생각 중이다. 지방으로 옮길 경우 해약금 800만원만 내면 이미 납입한 2억원(전체 보증금 4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10년 뒤면 임대를 분양으로 돌려 판교 주민이 될 수 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급락세로 투자에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작은 주택 규모로 갈아타 금융기관 차입금을 줄이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김정태씨는 전세로 살고 있던 경기 성남시 분당동에서 152㎡형(46평형) 아파트에서 인근 109㎡형(33평형) 아파트로 줄여옮길 계획이다. 그는 몇 달 전 서울 둔촌 주공 4단지 109㎡형 급매물을 8억3000만원에 사면서 대출받았던 4억원에 대한 이자상환을 힘겨워했다. 김씨는 전세를 옮겨 남는 전세금 1억원으로 대출금을 일부라도 갚을 생각이다. 작은 규모 갈아타기는 소형 아파트 선호 추세와 맞물리면서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일대 20평형대 아파트 전세값이 30평형대보다 비싼 '전셋값 역전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리모델링을 해도 주택 규모를 크게 넓히지 않는다. 리모델링 단지들은 주택 규모를 이전보다 30%(용적률 확대 상한선)까지 늘려왔지만 리모델링 비용,노령화,가구 구성원 수 감소,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등으로 최근엔 상한선까지 확대하지 않는다. 지난 9월 대림산업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오금동 대림아파트는 147㎡를 172㎡로 17%만 넓히기로 했다.

전세 눌러앉기도 확산될 모양새다. 서울 광진구 노유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육해공씨는 작년 말 은평뉴타운에 청약한 이후 더 이상 신규 분양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싸진 분양가에 '이거는 아니다' 싶었다. 당분간은 전세를 살면서 최대한 현금성 자산을 많이 쌓아놓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회장도 이코노미 타는 건설업계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 중견 건설사는 임직원 출장시 비행기 일반석(이른바 이코노미)만 이용하도록 최근 방침을 바꿨다. 1등석을 타던 회장도 예외없이 일반석을 이용토록 했다.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출장도 가능한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본사와 현장의 컬러복사도 일절 금지했다. 이를 통해 관리비 지출을 20% 줄인다는 목표다.

대림산업도 각팀의 복리후생비(교통비 회식비 소모품비 등 부서운영비)를 '무조건' 30% 줄이라는 예산신청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한 직원은 "복리후생비를 줄이면 밤 늦게 야식을 주문하기도 만만찮다"며 "내부 직원들끼리 회식하는 것도 비용처리해 주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공택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행사를 보유하던 건설사들이 시행사를 하나둘 정리하고 있다. 대주건설은 15개 시행사 중 11개를 정리하기로 했다.

아파트 견본주택에 들어가는 경비도 줄이고 있다. 23일 문을 연 인천 용현학익 두산위브 모델하우스엔 예전에 많이 보이던 연주공연,사주관상 서비스,명품 핸드백 같은 경품추첨 등 행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규호/임도원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