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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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회사에 폐쇄회로(CC)TV를 여러대 설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원을 감시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사업장 CCTV 설치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문제된다. CCTV로 사람을 식별 가능할 정도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 수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재 감시나 보안 용도로 CCTV를 설치한 사업장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진 경우가 적지 않다. CCTV 설치는 법적으로 어떤 쟁점이 있을까.

대법원, 사업장 ‘내부’ 촬영 CCTV에 엄격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내놓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객 상담실, 출입안내실 등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 장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25조·58조에 따라 시설안전 등 목적으로 동의 없이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비공개 장소'다. 이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15조 1항이 적용돼 △정보주체(근로자) 동의가 있거나(1호) △정당한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회사의 이익이 우선하는 경우(6호) 등에 제한적으로 설치가 허용된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보안 및 화재 감시 용도의 CCTV도 ‘근로자 감시 효과’가 있다면 근로자 사전 동의 없이 설치한 경우 위법성이 인정될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놔 사업장 CCTV 설치는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지난해 6월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노조원 3명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사측은 2015년 11월 군산공장에 보안·화재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시험가동했다. 자재 도난, 화재 사건 등을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사전 동의가 없었다”며 네차례 CCTV 51대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웠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이들에게 1·2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하고 7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지적한 것은 공장 부지 '내부'를 촬영한 19대였다. 대법원은 공장 내부는 비공개 장소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법 15조 1항이 적용된다고 봤다. 특히 사측이 근로자 동의를 받지 못했으니 15조 1항 6호에 따라 '정보주체(근로자)의 권리보다 개인정보처리자(회사)의 권리가 우선하는 경우'에만 CCTV 설치·촬영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회사)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근로자)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며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에서 CCTV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판단의 구체적 기준을 내놓은 첫 판결이라 관심을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법은 해당 사건에 관해 "①다수 근로자들의 직·간접적인 근로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인 점 ② 직·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 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③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회사의 이익 보다 근로자의 권리가 더 크다고 보고, CCTV를 가린 행위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근로공간은 물론 '출퇴근 장면' 촬영까지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일 수 있다고 엄격하게 봤다.

이 기준대로라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사업장 내부 근로자들의 모습을 비추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아졌다. 대법원 관계자도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할 때는 근로자들과 정당한 절차를 거쳐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가급적 직원 동의 받아야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CCTV 설치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 가급적 해당 CCTV로 정보를 수집 당하는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 집단적 동의를 받아 놓는 게 좋다. 근로 공간이나 출퇴근 모습을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CCTV 설치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사무실 내부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도난 방지 등 정당한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직원 동의 없이 그 근무공간(책상) 및 컴퓨터 화면까지 촬영해 저장한 것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관리자가 직원의 무단 외출 여부를 확인한다며 직원 동의없이 CCTV를 사용한 것은 근무 감시로 인권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동의를 받아 설치된 CCTV도 '직원 감시 용도'로 이용했다면 '직장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행위'를 괴롭힘의 예시로 들었다.

논란에 휩싸인 강형욱 씨의 경우 직원 동의 여부, 사업장의 공개 여부, 수집된 정보 내용 등에 따라 위법 여부가 다르게 판단될 전망이다. 강 훈련사가 의혹 해명 영상에서 "감시 목적이 아니다" "(사무실은) 언제든, 누구든 들어와 있을 수 있고 훈련사님들의 개들도 왔던 곳"이라고 해명한 것도 위법 의혹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권리 의식이 강해지면서 CCTV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사업주가 근로자가 근태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게 지휘·감독"이라며 "사업주가 정당한 목적이 있어도 극소수의 근로자들이 반대하는 경우 CCTV를 설치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