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의 위치에서 행동하고 높은 문턱을 낮추지 못했습니다.1000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하고 많은 기업인을 만났지만 겉핥기 수준으로 이해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에서 1차관까지 지냈던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과거 공무원이었을 때의 자신의 잘못된 행태를 여섯가지로 나눠 반성하는 고해성사를 했다.

29일 천안 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릴 지식경제부 직원 대상 연찬회에 앞서 배포한 강연자료 '지식경제부에 바란다'를 통해서였다.

김 사장은 첫 번째 반성으로 "경제ㆍ산업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기술도 모르면서 기술유출방지법을 만들었고 통과의례적인 토론회와 훈시형 축사를 남발했다"고 스스로를 비판했다.

두 번째로는 "잘 하는 기업은 정부에 부탁할 일이 별로 없는데도 오라가라 했다"며 "괘씸죄에 걸릴까봐 눈도장 찍으려고 나왔던 기업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세 번째로는 "규제를 줄이지 못했고 잘못을 철저히 응징하지도 못했다"며 "규제 완화는 숫자 채우기였고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규율도 확립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네 번째 반성으로 "산하기관을 너무 많이 만들었고 민영화하지 못했다"며 "산하기관이 더 관료적인 경우가 많고 기능은 중복돼 기업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로는 산학협력과 출연연구기관의 생산성 제고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 조성에 미흡했던 점을 들었고,여섯번째로는 발표만 하고 흐지부지되거나 과도한 행사를 벌이는 '보여주기 행정' 등 행정혁신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점을 꼽았다.

김 사장은 "머슴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장 중심의 '기업도우미'로 다시 태어나달라"고 당부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