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형 사찰인 봉은사 신도회 간부들은 올해부터 스님,종무원들과 함께 사찰의 '돈줄'인 불전함을 수거한다.

또 매달 열리는 신도회 임원법회에서 공개되는 재정내역을 공유하고,예산 집행과정에도 직접 참여한다.

사보(寺報)인 '판전(板殿)'의 편집ㆍ제작,사찰 홈페이지 운영 등의 권한과 책임도 신도회가 갖는다.

사찰 교회 등 종교계의 재정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신자들의 파워가 세지고 있다.

성직자가 일방적으로 끌어가던 이전과 달리 신도들이 종교단체 운영의 중요한 축으로서 교회나 사찰 운영에 참여하면서 그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고 있는 것.

봉은사의 경우 사찰 행정을 담당하는 종무소 소속이던 자원봉사자 400여명의 관리를 신도회가 맡게 되고,올해부터 신도회의 예산과 사업 계획도 독립적으로 세우도록 했다.

또 신도등록비ㆍ장학사업비ㆍ사회복지기금 등이 신도회로 이관되면서 예산도 5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게 사찰 측의 설명이다.

서울 화계사도 지난달부터 신도회에 사찰 재정을 공개한 데 이어 인력 확보 및 재교육을 통해 하반기부터 신도회가 사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

이미 화계사 불교대학의 재정 및 운영 전반을 신도회가 위임받은 데 따라 신도들의 참여 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대한불교천태종 역시 사찰 운영의 대부분을 신도들이 맡고 있다.

사찰 수(350여개)에 비해 스님 수(550여명)가 적은 데 따라 신도회장과 간부들이 금전출납을 비롯한 절 살림을 맡고 주지는 최종 결재만 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천태종 총무국장 월도 스님은 "신도들의 권한이 크다 보니 주지가 잘못해 탄핵되는 경우도 있고,반대로 신도회 간부가 잘못해 경질되기도 한다"면서 "종단 감사원이 정기ㆍ특별감사를 통해 양측을 견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경산 종법사는 올해 초 재가 교역자의 활동을 강조하면서 "원무 1000명을 배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자들의 참여를 늘리라는 얘기다.

원무는 재가교도로 일정한 교리적 능력을 인정 받아 각자 직장과 지역에서 특별한 교화를 하는 사람으로 현재 24명의 원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복지관 등의 직장에서 일하면서 동아리 지도,통역봉사,직원법회 등을 이끌고 있다.

일부 목사들의 호화 생활과 납세 문제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개신교에서도 신자들의 참여 폭을 넓히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창신동 성터교회는 2005년 초부터 담임목사만 맡던 당회장을 장로를 포함한 당회원들이 돌아가며 맡도록 했고,부목사를 초빙할 때 목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지녔는지 여부를 교인들이 투표로 결정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 갈릴리교회(담임목사 인명진)의 경우 목사ㆍ장로뿐만 아니라 평신도도 주일예배 때 사회를 보거나 기도 순서를 맡고 있다.

또 각 부서장은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뽑고 당회는 이를 인준만 한다.

특히 재정부장은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해 모든 신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3개월마다 재정내역을 공개하고 장로는 3년마다,목사는 7년마다 신자들이 신임투표를 해 계속 시무할 것인지를 정한다.

담임목사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는 문제도 교인들이 투표로 결정했을 정도다.

인명진 목사는 "헌금의 사용내역이 분명히 보이니까 불만이 있을 수 없다"며 "목사가 교인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건전해진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