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채욱 회장은 과거 삼성물산 수입과장으로 고선박 해체사업을 담당했던 시절을 인생의 최대 위기였다고 회고했다. 때는 1980년 초. 이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낡은 선박을 해체,고철을 떼어내 철강회사에 판매하는 고선박 해체 사업을 보고 이를 한국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미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한국에서 이 사업을 하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해일이 닥쳐와 부산 감천만에 정박해 두었던 배들이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 당장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사표를 낼까 고민하던 이 회장은 일단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사태를 수습하는 일까지는 마무리하기로 하고 곧장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때부터 수천 t에 이르는 배를 수중에서 50t 단위로 절단해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유명한 삼청교육대원들까지 동원한 이 작업은 이듬해 9월까지 1년반 동안이나 계속됐다.

지금도 '감천고해(甘川苦海)'라는 글을 써서 벽에 걸어 놓았을 정도로 이때의 경험은 이 회장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그는 "성공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100배,1000배는 크다"며 "실패해도 절대 도망가지는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인양 작업을 마무리한 1981년 9월 이 회장은 날짜만 적지 않은 채 미리 준비해 두었던 사표를 회사에 냈다.

그러나 회사는 자신의 일에 끝까지 책임을 진 공로를 높이 사 이 회장을 두바이 지사장으로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