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그래도 가끔은 전화번호를 눌러 보자

    한여름 고두현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은 길게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짧게 그 상황만 묘사하면 이렇다. 외환위기 때 어머니 먼 길 떠나시고, 이듬해 여름 어느 날. 남부 지방에 큰비 오고 장마 진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경남 지역번호 055를 누르고, 다음 번호를...

  • 봄바람에 치마꼬리 팔락이며 구름꽃 피워 올리는…

    바람난 처녀 고두현 남해 금산 정상에서 산장으로 내려가다 화들짝 돌아보니 봄바람에 치마꼬리 팔락이며 구름꽃 피워 올리는 얼레지 한 무더기 칠 년 전 저 길 오늘처럼 즈려밟고 가신 어머니 수줍은 버선코. *얼레지의 꽃말은 ‘질투’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바람난 처녀’로도 불린다. 남해 문학기행을 여러 해 다녔다. 10여 년 전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 늦게 온 소포를 받고 밤새 잠들지 못한 그날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보면 낯선 서울...

  • 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고두현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

  • 어머니의 꿈, 어머니의 향기

    얼마 전 TV방송에서 심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강아지를 치료하는 과정을 본적이 있었다. 방송의 주인공은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을 데려와 몇 개월간 보살피고 돌봐 주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강아지는 주인과 친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사람의 인기척만 나도 구석으로 도망가 숨어 버렸다. 헌데 의외로 치료법은 간단하였다. 강아지는 새끼 때 혼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