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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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동산 전문가들이 바빠지는 듯합니다.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 즉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상승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주택가격 상승이 일시적이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논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현재 집값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주택가격이 높은데 어떻게 이 가격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들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영하는 통계지표는 PIR(Price Income Rate) 입니다. PIR이란 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비율로서 연소득을 모두 모아 주택을 구입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이야기합니다. 가구의 주택구입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주택가격의 수준을 평가할 때 많이 인용됩니다. 예를 들어 PIR이 10점이라고 한다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동안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PIR은 가정의 불합리성과 이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소득을 모두 모아 집을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소득으로 저축도 하지만 소비도 합니다. 따라서 소득을 몽땅 모아 집을 사는 경우는 현실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확히는 소득보다는 가처분소득이 더 현실적입니다. 소득수준별, 주택가격별로 PIR을 분석해보면 소득1분위보다 소득5분위(고소득자)가 집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물론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고소득자가 높은 가격의 집을 구입하더라도 자가보유율이 훨씬 더 높습니다. 이는 고소득자가 소비지출 이후에도 남아있는 소득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처분소득, 더 정확히는 재량소득(discretionary income)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집값은 높습니다. 심지어 조선시대 사대문 이내의 집값이 현재 가치로 환산해보니 20억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집값을 소득을 차근차근 모두 모아서 장만한다는 것은 금수저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주택보유자들은 소득을 모아서 집을 사기보다는 집을 산 후에 대출을 갚아 나가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대부분의 주택구입 예정자들은 일단 구입하고 난 후 해결합니다. 따라서 PIR이라는 지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PIR의 또다른 문제점은 소득만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가계는 자산을 보유합니다. 소득과 자산은 경제학적으로는 flow와 stock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는 소득을 통해 부(자산)를 축적합니다.

25~40세 미혼자녀를 둔 가구 5집 중 4집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최대한도인 1억5000만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자산이 1억5000만원보다 많은 가구도 전체의 30.8%나 됩니다.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 데이터에 따르면 25세이상 40세 미만의 미혼자녀가 있는 가구의 지난해 평균 자산은 7억6151만원이었습니다.

주택구입 예정자 대부분은 소득과 함께 자산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합니다. 사실 소득은 구입당시보다는 구입 후 대출상환 등을 고려할 때 중요한 변수입니다. 오히려 주택을 구입하는데 더 중요한 기반은 자산입니다. 금수저, 은수저 그리고 흙수저 논란은 모두 자산을 의미하는 것이지 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보유한 자산이 주택구입에 가장 중요합니다. PIR이 주택가격의 수준을 평가하는 참고 자료로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굳이 소득수준에 맞는 주택가격을 유추해본다면 KB국민은행의 자료가 의미 있습니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으신 분들은 평균적으로 서울에서 소득대비 14.5배 가격의 주택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서울의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대략 10%내에 포함되는 고소득을 보유한 가구가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순자산은 평균 10억8100만원, 연소득은 1억3350만원 수준입니다. 따라서 상위 10% 소득을 보유한 가구는 서울의 19억4000만원의 아파트를 구입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1억8000만원이며 서울의 상위 20% 주택가격은 21억입니다.

부동산데이터로 시장을 분석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지표들이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현실을 단순화하다보면 되레 왜곡이 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로 시장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택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며 현장의 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떠한 지표나 데이터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현장이 잘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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