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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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휴가 나왔을 때다. 친구들을 만나고 귀가하자 아버지가 마루에서 기다리다 왜 인제 오느냐? 부대에서 급한 일이니 전화해 달란다는 전화가 왔었다라고 했다. 인사드리고 난 뒤 부대에 전화했다. 상황실 당번병이 받아 내일 군단에서 높은 분이 방문하신답니다. 부대가 난리입니다. 나중에 포상휴가 다시 보내준다며 바로 복귀하시랍니다. 브리핑 차트 밤새워 만드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아버지께 통화내용을 말씀드리자 얼른 들어가라면서도 꺼낸 말씀이 그렇게 상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라였다.

아버지는 네가 상사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았다며 기분 좋아 길게 말씀했다. 그렇게 인정받기까지 네가 겪었을 숱한 노력이 눈에 선하다. 잘 자라준 모습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칭찬도 모처럼 했다. “군대는 명령과 복종이 생명이다라고 한 아버지는 군대 생활의 신조는 상사 만족이다라고 단정하며 너를 찾는 것이 그 증거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어 상사가 일을 시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직원은 업무 능력, 책임감, 협력성, 성장 가능성, 상사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된다면서 사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상사가 일을 시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하가 되자면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며 방법 몇 가지를 일러줬다.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과거에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이 상사의 신뢰를 얻고 일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예상치 못한 문제나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일을 꼼꼼하게 수행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상사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아버지는 여러 실력 중에 상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부하는 마감 시간 준수라며 맡은 일을 약속한 시간 안에 완료하는 책임감이 그 무엇보다 앞선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결국 네 상사도 그 일을 한정된 시간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하니 완벽하게 책임지고 일을 끝낼 부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는 이어 네 브랜드는 무슨 일을 맡겨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해내는 부하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 상사는 매번 같은 부하에게만 일을 주게 된다고 분석하면서 이때 더욱 조심하고 겸손할 것을 주문하며 잡기장을 뒤적여 한 장을 찢어서 내줬다.

아버지의 메모에는 상사가 일을 맡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성과(52%), 책임감(48%), 팀워크(46%)’라는 실증 자료가 적혀 있었다. 아버지가 메모를 보며 설명한 왕이 신하를 다스리는 데 사용하는 일곱 가지 술책은 흥미로웠다. 첫째 많은 증거를 모아 대조하는 것, 둘째 형벌을 내려 위엄을 밝히는 것, 셋째 포상해서 능력을 다하게 하는 것, 넷째 신하의 말을 하나하나 듣고 실적을 묻는 것, 다섯째 왕의 명령을 의심하는 신하를 꾸짖는 것, 여섯째 왕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고 질문하는 것, 일곱째 일부러 반대되는 말을 하고 거꾸로 일을 행해 신하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한비자(韓非子내저설 상편에 나온다.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걸 가진 왕도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하를 시험했다차이는 있겠지만, 누군가의 아랫사람인 네 상사도 너의 능력을 언제나 시험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인용해 설명한 고사성어가 다섯 번 이윤을 초청했다오청이윤(五請伊尹)’이다. 왕을 도와 사람들을 다스리는 이인자가 재상(宰相)이다. ‘()는 요리를 하는 자’. ‘()은 보행을 돕는 자란 뜻이다. 요즘 말로는 부족국가 초기의 재상은 쉐프다. 기록에 남는 첫 재상 요리사가 상()나라의 이윤(伊尹)이다. 이윤의 명성을 흠모한 탕왕(湯王)이 다섯 차례나 출사를 간곡히 청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한참 훗날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려고 찾아간 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의 원전이다. 상탕은 이윤을 찾아가 결국 그를 모셔왔다고 했다. 이윤은 탕왕에게 정치를 요리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탕왕에게 하()나라 걸()왕을 정벌해 천하의 백성을 구하라며 생선의 가시를 바르듯 세심하게 계획을 짜 걸왕을 멸망시켰다. 이후 탕왕과 그의 아들이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버지는 이윤을 자신이 할 일과 때를 알았던 최초의 명재상이라며 왕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라고 몇 번 강조했다. “이윤은 벼슬하지 않는 선비였는데 탕왕이 사람을 시켜 맞아들이려 했으나, 다섯 번이나 거절한 뒤에야 탕에 가서 따랐다[伊尹處士 湯使人聘迎之 五反然後肯往從湯]”라는 말은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에 나온다.

책임감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자는 조개 패()’자와 가시 자()’자가 결합해 가시가 돋친 돈이라는 뜻이다. 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재촉당하거나 책망당한다는 뜻에서 꾸짖다나무라다를 뜻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임무에 책임감을 느껴야 남 앞에 설 수 있다라며 말씀을 마쳤다. 손주들에게도 꼭 물려줘야 할 소중한 덕성이다. 어머니가 밥 차려놨으니 그만 밥 먹으라고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데도 말씀을 끝낸 아버지는 밥이 무슨 대수냐. 바로 귀대하라고 해 집을 나섰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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