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잠실야구장에 `부산 갈매기'가 우렁차게울려퍼졌다. 그런데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의 노랫소리는 이날로 그칠 것같지는 않다. 만년 최하위팀인 것처럼 여겨지던 롯데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는 5일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선발 전원안타 등 13안타를 폭발하며 8-3으로이겨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었던 롯데가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한 것은지난 2001년 6월15일 마산 현대전 이후 2년만이고 3연승을 거둔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더욱이 지난 4월 중순 33이닝 연속 무득점의 치욕속에 3연패를 당했던 LG의 막강 마운드를 상대로 거둔 연승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LG는 3연전동안 최원호-이동현-김광삼 등 팀의 주축 선발을 차례로 내보냈지만달아오른 롯데의 방망이를 막아내기에는 버거웠다. 시즌 개막 후 12연패에 빠지는 등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철저히 무기력하던 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括目相對)의 변신이다. 롯데의 대반격은 로베르토 페레즈와 마리오 이시온(본명:엔카네이시온) 등 새로운 외국인선수들이 지난달 말 팀에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페레즈와 이시온이 한국 땅을 밟은 이후 전 경기(페레즈 10경기/이시온 8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낸 것을 기폭제로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의 급상승을 탔다. 이들의 가세는 팀 동료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이날 얻은 8점중 투아웃 이후에 뽑은 점수가 6점인 것에서 보듯 탁월한 응집력과 끈기를 자랑했고 시즌 초반 어이없는 실책을 남발하던 내야진도 3연전동안 단 1개의 실책만 기록할 정도로 전에 없는 탄탄함을 과시했다. 또한 용병들에게 상대 투수들의 견제가 집중되다보니 다른 선수들까지 훨씬 편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되는 시너지 효과도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날 8번 타선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린 김태균도 "용병들이 중심타선에서좋은 활약을 펼치니까 상대 투수들이 하위 타선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써 좋은기회가 오는 것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4위 LG와는 7경기차로 이 정도면 요원하게만 보이던 4강도 욕심을 부려볼만하다. 백인천 감독은 "앞으로 우리때문에 고생하는 팀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며 "몇 위까지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