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골프에 가장 심취했던 사람은 누굴까.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스탠더드오일 창업자인 존 D 록펠러(1839∼1937)를 꼽는다. 미국의 인기 인터넷 사이트인 '비즈니스 위크 온라인'에 따르면 록펠러는 한마디로 '골프를 못 치게 되던 날, 그의 인생은 막을 내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가 가장 열정을 가졌던 것은 사업이 아니라 신앙과 골프였다. 록펠러는 55세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때부터 그의 관심은 건강과 장수에 집중됐다. 그는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운동으로 골프를 택한 뒤 남은 인생을 모두 거기에 걸었다. 록펠러의 골프 기량은 최상은 아니었으나 노력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매일 오전 10시15분이면 골프코스에 나타났다. 늘 두툼한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스코어를 기록하고 스스로를 평가해 나갔다. 그는 당시만 해도 첨단기기로 여겨지던 영사기를 골프에 도입, 자신의 스윙을 촬영하고 분석했다. 어느 날 록펠러는 영사기 분석을 통해 자신이 스윙 중에 머리를 드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곧 새로운 캐디를 고용했다. 이 캐디의 유일한 임무는 샷 직전에 "머리 들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는 일이었다. 록펠러는 미국 각지에 있던 저택 4곳중 3곳에 골프장을 건설했다. 또 기상통계를 이용해 연중 맑은 날이 많은 지역만을 찾아다니며 라운드했다. 근검절약이 생활화된 그였지만 골프에서만은 돈 아까운 줄 몰랐다. 그는 매년 50만달러를 골프에 투자했다. 이 돈은 지금 가치로 약 7백50만달러(약 90억원)에 달한다. 그는 라운드 중에 사업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사업가였던 하비 파이어스톤, 헨리 포드, 앤드루 카네기 등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폭넓은 대화를 나눴지만 돈 이야기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신성한' 골프를 치면서 골치 아픈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었다. 그의 이같은 골프인생은 나이 90을 넘을 때까지도 계속됐다. 다만 플레이하는 홀 수를 점차 줄여 갔을 뿐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