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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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돈에 인색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데이트할 때 1인당 만 원 이상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저도 절약하는 편이라 그런 건 괜찮았는데 그래도 특별한 날에는 좀 분위기 좋은 곳에 가고 싶잖아요. 제 생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돈을 모은다고 하고 며칠 전부터 풀코스라고 자신만만해하길래 솔직히 조금 기대했거든요. 생일에 만났는데 할인 쿠폰을 사둔 파스타 집에 데려갔어요. 선물 주면서 얼른 뜯어보라고 흥분해서 말하는데 쇼핑백 보고 설마설마했죠. 그런데 정말 2만원짜리 핸드크림이었어요. 손이 건조하다고 말한 적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샀다면서 마치 '나 센스 있지?'하는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기분 망치기 싫어서 애써 웃었어요. 케이크는 카페서 파는 조각 케이크 한조각이었습니다."

교제 중이던 남자친구에 정이 떨어졌다는 A 씨는 "이후 무슨 말을 해도 찌질해 보이고 궁상맞아 보였다"면서 "둘 다 30대 직장인이고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닌데 남자친구가 너무 인색한 게 아니냐. 아니면 제가 너무 속물인 건가"라고 커뮤니티에 질문을 던졌다.

네티즌들은 "절약과 궁상은 다르다", "솔로보다 비참한 커플이면 유지할 필요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미혼남녀들은 경제력이 있어도 인색한 사람을 결혼상대자로 어떻게 바라볼까.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 조사 결과 경제력은 있는데 돈을 쓰는데 인색한 이성에 대해 남성은 ‘결혼 상대로 수용하겠다’는 의견이 우세하나, 여성은 과반수가 ‘결혼 상대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 결과 남성은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3%가 ‘검소해서 좋다(남 24.0%, 여 20.2%)’거나 ‘건전해서 좋다(남 28.3%, 여 25.2%)’ 등과 같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여성은 (긍정적 평가가) 45.4%로서 절반에 못 미친 반면, 여성의 54.6%와 남성의 47.7%는 ‘삶이 무미건조할 것 같아서 싫다(남 26.4%, 여 29.1%)’와 ‘돈의 노예 같아 싫다(남 21.3%, 여 25.5%)’ 등과 같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제력은 있는데 돈을 잘 쓰지 않는 이성은 결혼 후 경제력이 없는 것만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남성은 ‘마음이 위축된다(34.9%)’를, 여성은 ‘불성실할 수 있다(35.7%)’를 1위로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아내가 경제력을 가지면 가장인 남편은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라며 “남편이 부모의 돈을 물려받았을 경우 유약하여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여성들로서는 불안한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