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복 향기내는사람들 대표와 히즈빈스 매장 및 향기제작소 직원들이 아침 회의 후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 제공
이민복 향기내는사람들 대표와 히즈빈스 매장 및 향기제작소 직원들이 아침 회의 후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 제공
요즘 장애인과 가족들 사이에서는 히즈빈스에 취업하는 것이 한국 대표 기업 삼성에 취직하는 것에 비유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취직도 어렵지만 운 좋게 취직이 된다고 하더라도 주로 청소 등 보조적인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내외 20개의 히즈빈스 카페의 바리스타는 모두 60여명의 장애인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히즈빈스는 2009년 임정혁 대표 등 포항의 한동대생 3명이 창업한 스타트업, 향기내는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커피 브랜드다. 2009년 1호점인 한동대점을 시작으로 7월 현재 수도권 10곳 등 전국에 19호점, 필리핀 점 등 총 20곳으로 급증했다. 파우치로 만든 ‘게이샤 블렌딩 콜드브루’ 등은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예비 사회적기업이 됐고 2019년 해썹(HACCP) 인증도 받았다. 직영점과 본사 매출은 2016년 10억원에서 지난해 2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본사와 직영점 근무 직원이 60여명이다.

카페 히즈빈스가 전국으로 확산한 배경에는 히즈빈스의 철학에 공감한 회사들이 사내 카페를 도입한 덕도 있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와디즈의 한 직원은 “우리는 회사에 유명브랜드의 카페 대신 히즈빈스를 가진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가 만든 카페 업계의 새로운 풍속도다.

향기내는사람들은 경상북도가 육성하는 매출 10억원, 고용 10명을 넘는 사회적기업이다. 올해 매출과 고용이 30-50을 넘어설 전망이다.

히즈빈스의 고성장 비결은 장애인들을 최고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독특한 교육방식에 있다. 이민복 대표는 “카페 히즈빈스는 능률만을 생각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일반인과는 달리 서투를 수밖에 없는 그들이 실수해도 계속 기회를 주고 기다려줬다”며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카페 히즈빈스는 카페 운영이 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간다. 보통 2~6명의 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고 비장애인 매니저가 이들을 돕는다. 매니저들은 출근하면 상담을 통해 컨디션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현장에서 장애인을 뒷바라지하며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선배 장애인이나 지역의 사회복지사나 의사와 연결해 돕는다. 장애인들이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맞춤식 교육을 하고 다각적으로 지지하는 세계 최초인 이 시스템은 2020년 특허를 획득했다.

회사는 장애인 사전 교육에 4차산업혁명 기술도 도입했다. 현장 투입 전 가상현실(VR)과 게임을 통해 업무 적응훈련을 해 적응 기간을 70% 이상 단축했다.

카페 히즈빈스의 경영 목표와 철학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장애인 고용 극대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2.37%로 2020년(2.38%)보다 하락했다.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 852곳 중 장애인 의무 고용을 이행한 곳은 28%(242곳)뿐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을 고용하면 부담금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잘못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히즈빈스는 2025년 매출 목표를 50억원, 카페 가맹점(직영점 포함) 100개로 잡았다. 임정택 대표는 “중증장애인들은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히즈빈스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