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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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남아 있는 한자의 흔적 때문에 초등 시기에 한자 공부를 챙겨두면 학습에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유아한자, 초등한자가 조기교육의 주요 과목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반면 한자 교육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고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논리를 펴는 데 반해, 사고력·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고 초등 5∼6학년들이라면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이유로 초등학교 5~6학년 새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논의가 이뤄지다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친구가 한자로 대·중·소(大·中·小)를 쓸 줄 모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커뮤니티 글이 시선을 끈다.

A 씨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음식 주문이 들어올 때 메뉴명과 함께 주문 사이즈를 한자 대중소로 표기에 주방에 전달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한테 이 방법을 전달해 줬는데 그 친구는 '나는 한자로 대중소를 쓸 줄 모른다'고 했다. 당황한 A 씨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대중소 한자를 알려줬다"라면서 "요즘은 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해당 글에는 "대중소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건 심각한 거 아닌가", "요즘엔 본인 이름 한자로 못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난 대중소는 쓸 줄 아는데 월화수목금토일 읽을 수만 있을 뿐 쓰지는 못한다" 등의 네티즌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용 도서의 55%가 한자어로 구성돼 있지만 한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단어에 대한 세대 간 이해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두고 교육 시민단체와 교수, 학생 등 교육계의 대립이 거세다.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는 "교육부는 초등 한자 300자에 중학교 교육과정 한자를 포함해 스스로 만든 '선행학습규제법'을 위반했다"며 "한글전용으로 만든 초등교과서에 왜 한자를 대거 도입하려는지 논리와 연구가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도 "초등교육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한자를 제시해 결국 아이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한자병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찬성하는 쪽은 한자 300자 정도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한자가 300자 수준인 데다 단독 표기도 아니고 병기여서 5∼6학년에게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의사소통과 사고력 증진을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맞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