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일정이 발표되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교원단체들은 “무리한 고교학점제 추진이 입시 혼란과 교육 격차 확대만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3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 계획’에 대해 “현장의 교사들이 공감하지 않아 반대 목소리가 큰 데도 교육부가 구체적인 청사진도 없이 도입 일정만 못 박았다”며 “학교 혼란과 학생들의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이 최근 전국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3%는 고교학점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실시한 설문에서도 교사 10명 중 9명이 “고교학점제 도입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보수(교총)와 진보(전교조)를 막론하고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선의 교육 환경과 여건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2023년부터 일반고에 도입되지만, 이에 걸맞은 대학입시 제도 개편은 2024년으로 예정돼 있다.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불일치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교원단체들은 “입시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학생들은 결국 입시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 교육 환경, 수업 여건, 교원 역량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격차를 해소할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국어·영어·수학 등 기존 교과 이외에 다양한 교과를 개설해야 하는 만큼 교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교실도 더 확보해야 한다.

신현욱 교총 정책본부장은 “우려를 교육당국에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 확충과 교육 격차 해소 등 보완책은 제시된 게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한 정부·여당의 일방 행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