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시중은행 한 곳의 출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출연금 규모에 따라 법률구조 대상의 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잘 모르는 국민을 위해 법률상담과 소송대리를 해주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16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률구조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법률구조 재원으로 확보한 금액은 부처별 지원금 363억원과 사법서비스진흥기금 29억원, 기부금 30억원 등이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받은 지원금(363억원)은 쓸 곳이 정해져 있다. 임금체불 및 퇴직금 소송 근로자(290억원), 폭력피해 여성(10억원), 장애인(6억원) 등이다.

영세 서민 등을 위한 재원은 법원이 지원하는 사법서비스진흥기금(29억원)과 기부금(30억원)을 합친 59억원 정도다. 신한은행은 공단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억원가량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현재까지 총 422억원을 지원했다. 신한은행의 출연금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법률구조사업 수혜 대상이 달라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신한은행은 2002~2005년 해마다 50억원씩 법률구조사업에 출연금을 냈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은 예년의 14% 수준인 3억5000만원을 매년 출연했다. 신한은행 기부와 법원 지원이 줄어든 여파로 2016년 공단은 법률구조서비스 대상을 크게 줄여야만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공단의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2014년 1만6723건(1963억원)에서 2017년 3672건(427억원)으로 3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형사 법률구조 실적도 1만7791건으로 이전 3년 평균 대비 82% 수준으로 떨어졌다.

법무부는 법원의 지원금(사법서비스진흥기금) 감소로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조계는 지난 10년간 신한은행의 출연 감소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공단 측은 신한은행의 기부가 끝나는 2021년 이후에도 3~4년간은 재원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재원에 대한 대비책이 아직 없다.

금 의원은 “한 은행의 기부금에 국가 법률구조서비스가 좌우되는 것은 문제”라며 “법무부는 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률구조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