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보호자 동의로 입원 가능' 정신보건법 위헌법률심판

최근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처럼 멀쩡한 사람을 갑자기 응급환자 이송차량에 태워 정신병원에 가둘 수 있을까.

이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보호자 동의만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강제입원제도는 정신질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범죄 수단으로까지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후 2시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병원 입원을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등의 위헌 여부를 놓고 공개변론을 연다.

이 조항은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보호의무자는 민법상 부양의무자나 후견인이다.

위헌법률심판은 2014년 5월 서울중앙지법이 박모(60)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했다.

박씨는 2013년 11월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에서 남자 3명에게 손발이 묶인 채 정신병원에 실려갔다.

재산을 노린 자녀들이 강제로 입원시켰다.

박씨는 입원을 거부했지만 소용없었고 약물투여와 격리·강박 등 처방지시가 내려졌다.

이듬해 1월 외부와 가까스로 통화한 박씨는 변호인을 통해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했다.

이후 고소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자녀들이 퇴원에 동의해 병원을 나왔다.

법원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이 신체의 자유, 입·퇴원 및 치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공개변론에서는 당사자 동의 없는 강제입원이 정신질환 치료와 사회복귀라는 목적에 적절한 방법인지,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은 없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위헌론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다'는 정신보건법의 기본이념과 반대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적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주거·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며 당사자에게 치료 필요성을 설득해 동의를 받을 수 있다거나 영장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일정 정도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퇴원심사·인신보호구제 청구 등으로 부당한 권리침해를 사후에 구제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의 근거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