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삼성그룹이 논란이 된 '총장추천제'를 28일 결국 철회했다. 따라서 올 상반기 채용은 총장추천제·서류전형 없이 기존 '열린 채용'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이 의견수렴 없이 학교별 할당 인원을 일방 통보한 것을 문제삼았던 대학 총장들은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총장들은 "삼성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빠르게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총장추천제의 원래 취지는 좋았기 때문에 삼성이 대학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진행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날 개별 대학으로선 이례적으로 총장 명의 공식 입장을 내고 총장추천제 인원 할당을 강력 비판했던 전남대는 이날 "문제 있고 형평에 어긋나는 제도가 철회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의 유보 결정과 별개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계획대로 다음달 5일 열리는 이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주요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할 예정이다.

서거석 대교협 회장(전북대 총장)은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대학별 인원 할당 식으로 인재를 뽑으려 한다면 큰 문제가 된다"며 "추천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필요한지부터 시작해 삼성의 총장추천제를 완전 백지화 할지, 아니면 의견수렴·개선 과정을 거친 뒤 삼성과 충분히 협의해 시행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총장들 의견을 폭넓게 들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 현장의견 반영 등 소통방식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서 회장은 "만약 삼성이 대교협이나 대학들과 충분히 소통해 납득시키는 절차를 거쳤다면 이처럼 사회적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장추천제 자체는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았던 만큼 삼성이 반발 여론에 밀려 입장을 급선회 한 것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개선책을 마련해 수정·보완하면 될 텐데 'All or Nothing' 식의 대처는 아쉽다"며 "당초 의도한 제도 취지를 잘 살리고 형평에 맞게 개선책을 마련한다면 하반기 채용부터라도 시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