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업인 수사하면 '전관'은 웃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회삿돈 793억여원 횡령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기소한 박성훈 글로웍스 대표.그의 변호인단은 24명으로 웬만한 중소 로펌 규모다. 여기에는 2009년까지 2년 동안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명동성 변호사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염동신 변호사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박종욱 변호사도 눈에 띈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표가 변호사 비용으로 쓰는 돈만 1억여원에서 최대 수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이 대기업과 코스닥 기업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웃고 있다. 기업 수사는 전관 출신들의 '황금 어장'으로 꼽힌다. 기업인들이 구속 및 기소를 면하거나 법정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전관 선임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검찰이 12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힌 조경민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의 변호인단에는 2009년 옷을 벗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포함돼 있다. 같은 해 대검찰청 마약 · 조직범죄부장을 지내다 나온 김정기 변호사,지난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임영호 변호사도 같은 팀이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올해 초까지 태광그룹과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를 총지휘한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최근 검찰에서 물러난 남 전 검사장은 전관예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서울서부지검 관할지역이 아닌 서울 강남 학동사거리에서 개업했으나 검사들의 신망이 높다는 이유로 기업 측에서 다른 지검 사건까지 많이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윤근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오리온그룹에 하도 거물급 변호사가 많아 수사팀이 부담을 느낄까봐' 중견급 변호사로 선임된 케이스로 전해졌다.

검찰이 기업인 수사하면 '전관'은 웃는다
한화 비자금 사건에서는 재판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재판장과 함께 근무했던 김천수 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법률대리인을 맡았으나 최근 사임했다. 이는 서부지법의 재판장이 최근에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화는 계약기간이 끝난 결과라는 설명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관문제와 이어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4일 불구속 기소된 김덕진 지아이블루 대표 변호인단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국새 사기' 판결 등을 하다 지난 2월 나온 정한익 전 부장판사가 참여하고 있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갓 나온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기업 형사사건 수임으로 건당 최대 10억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과정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판 · 검사에 '얼굴마담' 역할만 하는 전관 출신이 수억원을 챙기기도 한다"며 "일부 변호사들은 아예 전액을 입금받고 수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판사경력 9년의 K변호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형사부 부장판사하다 개업하면 첫해에 30억원까지도 번다"고 실태를 전했다.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개업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17일 시행될 예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 시행을 앞두고 전 재경 지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 6~7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법이 시행될 때까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