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일단 진정됐지만 …

민노총 "61개 점포서 게릴라 시위" 밝혀

경찰이 20일 이랜드 계열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여온 매장 2곳에 공권력을 투입,강제 해산함에 따라 이랜드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체포된 집행부를 이어 새로 구성된 집행부는 공권력을 불러들인 회사 측을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회사가 원하면 대화하겠다"고 밝혀 일단 교섭 채널은 열어뒀다.

이에 따라 이랜드 사측과 노조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교섭을 재개하느냐에 이번 사태의 조기 진화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이랜드 사태'는 지난 1일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회사 측이 뉴코아 비정규직 캐시어(현금 계산원)를 외주화하고,홈에버의 경우 비정규직 가운데 2년 이상 연속 근무자만 선별적으로 직무급 정규직(임금 및 복지혜택이 개선되나 기본적인 임금,승진체계는 일반 정규직과 다름)으로 전환키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노조가 지난달 30일,이달 8일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을 각각 점거하는 등 극단적 공세로 대응한 것.

노조가 주장하는 요구안은 '외주화를 중단하고 외주화 과정에서 퇴출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며 비정규직 직원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뉴코아 사측은 △추가 외주화는 중단하되 △이미 외주화된 계산직(83명)에 대해선 용역회사와 계약이 끝난 후(현 시점에서 10개월 내)에 직접 채용으로 전환하고 △24개월 이상 연속 근무자에 한해서만 직무급 정규직으로 선별 전환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홈에버의 경우 사측이 1100명의 24개월 이상 근무자 중 조건에 맞는 521명만 직무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18개월 이상 근무자 고용 보장이란 양보안을 내놨으나 노조 측이 3개월 이상 근무자에 대해서도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반발,협상이 결렬됐다.



◆왜 파국 치달았나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데에는 노조가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홈에버 노조가 요구한 '완전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노조는 '100% 정규직'을 요구한 셈인데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조차 임금,승진체계를 별도로 적용해 캐시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잘 나가는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등 제3자가 개입하는 등 '외부 입김'이 지나치게 거셌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랜드를 '대리전(戰)'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회사가 양보안을 제시하면 노조가 동의할 듯하다가도 민주노총 파견 간부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에 강경 자세로 돌변하곤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사측의 묵인하에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한 만큼 당분간 '냉전(冷戰)'이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공권력 투입에 맞서 21일 전국 이랜드 계열 60여개 매장에 대한 타격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노조의 '게릴라식 시위'까지 더해져 이랜드 유통 매장의 예고 없는 중단이 재개될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랜드로선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짓지 않을 경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조만간 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측은 이날 새 노조집행부와 대화를 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