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이후에는 현종 대에 이를 때까지 친경의식이 치러지지 않았다. 친경이 다시 논의된 것은 숙종 대로 남인의 대표 허목이 옛 기록을 근거로 친경의례를 시행하자고 적극 건의한 이후였다. 하지만 친경의 ‘부활’은 쉽지 않았다. 마침 천연두가 유행한 탓에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친경 당일 큰비가 내려 관경대에 설치된 일월오악도 병풍이 찢어지고 소를 끌고 쟁기를 밀 수 없을 정도로 땅이 질척대자 친경 ...
사치는 정말로 망국의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불변의 요인일까? 베네치아나 제노바, 밀라노, 피렌체 같은 16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쇠퇴 원인으로 저명한 경제사가 킨들버거를 비롯해 대부분의 역사가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무역 및 생산의 약화, 스페인 및 포르투갈과의 경쟁에 따른 몰락, 해외시장 독점체제 붕괴, 목재 부족, 흉작, 기상악화 등)과 함께 ‘사치’를 빼놓지 않는다. 15세기 피렌체에선 사업으로 부를 축...
“세상에 완전히 끝이 나는 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외쳤던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들을 만나다 보면 회사 크기와 관계없이, 세기의 천재가 남겼다는 일성이 떠오를 때가 많다. 끊임없이 일을 찾고,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고, 남들이 보기엔 ‘그만하면 됐다’ 싶은 성과에도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모습이 딱 다빈치의 외침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부장을 맡은 이후...
자신의 투자수익률을 확인하기 위해 백작과 공작, 백작 부인, 자작 부인 등이 매일 존 로의 집 앞에 줄을 섰다. 로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몰리면서 희망자의 10분의 1도 로를 보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30분만 기다려도 난리가 났을 고관대작들이 로와 잠시 환담을 나누기 위해 6시간씩 기다리는 것도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로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이 술 한 모금이나 유리구슬 세 개를 받고 금덩어리를 통째로 내주는 팸플릿 광고로 사람들을 유...
17세기 후반 스페인과의 전쟁 등으로 국채가 급속히 늘면서 영국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1711년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를 설립했다. 회사가 국채를 매입하도록 하고, 정부가 남아메리카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회사에 부여한 것이다. 1720년 영국은 투기 광풍에 휩싸였고 남해회사 주가는 10배 이상 올랐다. 남해회사 뒤를 이어 수많은 주식회사가 난립하는 등 투기 열풍이 전국에 확산됐다. 위험을 인식한 영국 정부는 1720...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청나라의 전성기라고 하는 건륭제 시대, 당시 장쑤성(江蘇省)의 상업도시 양저우에는 상인문화가 가미된 독특한 도시문화가 형성됐다. 양저우는 신사와 문인들에게 생계수단을 모색하고 문화·사교계에서 지위 상승을 도모하기에 적합한 도시로 인식됐다. 융성하던 고증학의 대가들이 양저우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배출됐고, 이를 기반으로 ‘양주학파’가 형성됐다. 사대부가 아니더라도 학문에 ...
조선시대 평민에게 군포(軍布)를 징수하기 시작한 것은 1626년이다. 인조가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뒤 명나라를 돕기 위해 용병을 모집했는데, 이 비용을 충당하고자 군포제를 시행했다. 문제는 이때 인조가 양반층엔 군역을 면제해주고 평민에게만 군역 면제 대가로 포(布)를 받았다는 데 있다. 조선 초에는 양역(良役)이라 하여 원칙적으론 양인을 대상으로 군역이 부과됐고, 양반가의 자제라 해도 군역을 지게 했지만 이제 양반들은 이 같은 속박에서...
17세기 세계 경제사의 ‘승자’는 네덜란드였다. 그리고 그 성공의 배경에는 ‘소금’이 있었다. 조너선 이스라엘 런던대 교수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17세기 초중반 세계 무역을 주도하면서 다른 경쟁자들이 ‘잃어버린’ 교역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글로벌 교환 시스템이라는 계서제 사회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게 네덜란드였다. 사실상 일극체제의 허브로서 세계 유일의 물자창고 역할을...
코로나19 확산의 충격은 잠복했던 사회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눈에 띄지 않던 미세한 균열들은 눈 깜짝할 새 수면 위로 도드라졌다. 벌이가 끊긴 자영업자, 일터가 사라진 일용직, 고립이 심화한 노인 같은 사회문제부터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 허점투성이 방역·의료 시스템, 브레이크 없이 폭증하는 국가부채까지 각국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문제에 허둥대기만 했다. 이럴 때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영국 중앙은행의 부총재를 역...
FC바이에른 뮌헨. 독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문 축구 클럽입니다. 분데스리가 우승은 밥 먹듯 하고 있으며 최고 권위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만 6회에 달합니다. 오랫동안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와 함께 '레바뮌'으로 묶여 남다른 대우를 받기도 했습니다. 농담삼아 레바뮌에서 선수로 뛰려면 "실력뿐 아니라 사주도 좋아야 한다"고 하는데요. 독일의 평범한 축구선수 100여명에게 잠시나마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
'겨울왕국' '아이언맨' 같은 디즈니·마블 영어 원작이 오디오북으로 선보였다. 아동용 영어교육 수요를 노린 움직임이다. 오디오북 업체 밀리의 서재는 디즈니, 픽사, 마블의 영어 오디오북을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아이들을 위한 영어 오디오북으로,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눈과 귀로 접할 수 있도록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 형태로 구성됐다. 겨울왕국, 인사이드 아웃, 라이온 킹, 토이 스토리,...
“첫 음의 시작부터 그의 터치는 기교적이면서도 명료했다. 그의 손길 너머로 거대한, 깊은 의미를 끌어내는 듯한 묵직한 감정의 무게가 느껴졌다. 조성진은 복합적이면서도 단호하게 음악을 표현했다.”(뉴욕클래시컬리뷰)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선보였다. 당초 이날 무대에는 러시아 출신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가 웹소설 연재 브랜드 '블랙엔'을 출범한다고 24일 밝혔다. 프리미엄 웹소설 연재 브랜드를 표방한 '블랙엔'은 유나진, 혜돌이, 박하민 등 유명 작가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레이블이다. 리디는 로맨스 장르에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작가진의 작품을 독점으로 연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작품의 웹툰·영상화도 추진한다. '블랙엔'의 첫 독점작으로는 유나진 작가의 로맨스...
러시아의 유명 성악가 안나 네트렙코가 국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설 자리를 빠르게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노골적인 친(親)푸틴 행보를 보여왔던 러시아 예술인들에 대한 국제 문화계의 비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네트렙코는 과거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공개적으로 찬동했으며, 지난해 50세 생일 때는 크렘린궁에서 기념공연을 가졌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親)푸틴 예술인으로 꼽혀왔습니다. 독일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네트렙코의...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본업 외 여러 부업을 지닌 세칭 'N잡러'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만으로는 만족스런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직장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부업 찾기에 눈을 돌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3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 서점의 N잡러 관련 서적 판매는 3년 연속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9년 전년 대비 14.0% 증가...
한국인 최초로 '아동서적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책 판매량이 수직상승했다. 안데르센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주 평균 판매량 대비 154배나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23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자사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 작가의 안데르센상 수상 소식 직후 이 작가 도서 판매량이 전주 평균 판매량 대비 154배가량 상승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가의 책들이 일제히 베스...
출판사 창비가 자사 도서의 제작, 판매, 인세 지급 현황을 화가와 번역자를 포함한 저자들이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저자 조회 사이트를 열었다. 개별 출판사로는 첫 사례다. 창비는 출판계 최초로 저자들이 본인 책의 쇄별 발행 부수, 매월 실출고 부수, 쇄별 인세 지급 내역 전부를 조회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현재는 베타버전 상태로 2020년 이후 신간을 발간한 저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PC와 모바일 버전으로...
순종적인 여성은 차고 넘칩니다. 비록 실제 생활에서가 아니라 TV 속 장면에 한정된 것 같긴 하지만 말입니다만….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가리지 않고, 순종적인 여성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끈기 있게 옷감을 짜는 페넬로페부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위기의 주부들'까지 각종 문학작품과 영화, 드...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론 최초 수상이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이 작가를 안데르센 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일본과 폴란드, 아르헨티나, 캐나다, 이탈리아 작가들과 경...
'건전한' 내용을 담는 것으로 유명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커플이 키스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일까요. 디즈니가 제작해 올 6월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라이트이어'에 여성 동성애자의 키스 장면이 논란 끝에 추가됐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미국의 영화 관련 매체 버라이어티와 데드라인 등에 따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트이어'에서 제작 과정에서 삭제됐던 동성애 키스 장면이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