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 시내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반등'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반등척도는 '대구 미분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러한 주장을 담은 보고서가 채권(크레딧) 애널리스트 손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유안타증권의 신연화, 이소윤 연구원입니다.

두 연구원은 8일 '대구 미분양이 알려주는 것들'이라는 62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미분양 주택의 현황과 대구의 특징 등을 데이커와 함께 분석했습니다. 두 연구원은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 재고가 쌓여 있는 곳은 대구"라며 "대구 주택 경기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 전환하는 시점을 주택 경기 '진성 반등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성구'를 짚었습니다. 그들은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부동산 경기를 견인하는 핵심 지역으로 평가받는다"며 "선호지역으로 밀집 현상은 지속될 것이고, 대구 미분양은 탄탄한 학군 수요 기반을 보유한 수성구부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성구 미분양 주택 물량 소진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미분양 주택 수는 주택 경기 전망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며, 대구에 미분양 물량이 집중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또 정부 및 지자체가 제시한 미분양 대책의 실효성, 대구 부동산 시장의 핵심 지역인 수성구 지역 분석, 대구 주택 시장 지표를 통해 향후 주택 경기의 향방을 전망했습니다.
"집값 반등 진정한 시점은 '대구 미분양'에 답 있다" [돈앤톡]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 주택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량이 많기 때문 만이 아닙니다. 증가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다 추가로 공급되는 물량까지 겹쳐 미분양이 더욱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분양이 이처럼 급증한 시기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분석입니다. 2022년 8월 3만2722가구에서 2023년 2월 7만5438호까지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됐다는 겁니다.

두 연구원은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한 지역"이라며 "다른 지역의 미분양이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대구는 2021년 3월을 저점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금리 인상 이후 2022년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대구는 2021년 11월부터 매매가격 하락이 시작됐다"며 "대구는 상대적으로 일찍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5대 광역시 미분양 물량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대구가 1만3199가구로, 절반이 넘는 수준인 56.9% 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전국 광역 기준으로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만1034가구)을 제치고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 수를 기록했습니다. 인근 경북(9016호) 지역까지 합산하면 전국 미분양 물량의 30.8%가 대구·경북 권역에 분포해 있는 셈입니다.

특히 대구에서는 2021년 이후 분양된 아파트들이 속속 미분양되면서 물량이 쌓이게 됐습니다. 이는 최근 몇년간 공급이 집중됐음에도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구가 다른 지역 평균 대비 자가에서 거주하고 있는 가구가 많은 것도 원인이 됐습니다. 자가가 있는데 경기 침체 속에서 신축 아파트로의 이전수요가 크지 않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한정적이었다는 겁니다.
"집값 반등 진정한 시점은 '대구 미분양'에 답 있다" [돈앤톡]
두 연구원은 "대구 부동산 시장의 위축 요인을 다각도로 점검해 본 결과, 대구는 수급불균형 외에도 펀더멘털이 취약했다"며 "높은 주택가격 대비 낮은 소득 수준과 미흡한 재무융통성을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침체와 금리상승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반등의 시점은 언제일까요. 두 연구원은 '충남'의 사례를 들면서 '대구 수성구'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핵심은 '외부 인구 유입'입니다. 충남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세종은 인구유입이 지속되다보니 전국적인 하락장에서도 홀로 매매가격이 반등할 정도로 탄탄한 수요가 받치고 있는 지역이라는 겁니다. 대구는 세종보다는 충남에 가깝지만, 그나마 인구유입이 기대되는 지역은 수정구라는 겁니다. 보고서에서는 "단기간 내 유의미한 추세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대구 미분양 물량이 유의미하게 소진되는 시점이 주택 경기 반등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글을 마쳤습니다.

한편 두 연구원은 모두가 겪는 시장 침체 속에서 왜 대구에만 2022년 분양 물량의 90%를 웃도는 미분양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시장회복의 지표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전국적 그리고 추세적으로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알아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대구를 꼽아 분석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덧붙여 두 연구원 중 대구 출신도 있다고 합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