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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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였던 김모씨(31세)는 최근 소신을 꺾고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집값이 내려간다는 기사는 나오고,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혼자서는 대출을 아무리 받아도 집을 사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을 선택지에 두니 얘기가 달라졌다. 김 씨는 "혼자서는 아무리 대출을 모아도 전세가 한계지만, 지금 애인과 소득을 합치면 더 수월하게 대출받아 갚아갈 수 있다"며 "혼자서는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같은 고민을 하는 건 김씨만이 아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집을 매수하기 위해서 결혼을 서두르고 있거나 결혼을 결심했다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온다. '집을 사기 위해 결혼하자'가 아니라 '결혼을 안 하면 집도 못 사겠다'는 위기감이 가득하다.

과거에는 청약을 위해 결혼하고도 혼인신고를 않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에 풀리는 저가 매물을 매수하기 위해 부부 합산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해 대출 한도와 상환 능력을 최대한 늘려 놓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올해 들어 주택가격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연 소득 기준을 없앤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것도 2030의 주택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 이전에는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제한이 걸려 있어 맞벌이 부부가 정책 금융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소득 기준이 없어지고 주택가격 기준도 9억원으로 보금자리론(6억원) 등에 비해 크게 높아져 젊은 신혼부부가 자금 조달하기 용이한 구조가 됐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 10일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7000억원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3월 중 2조3000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총 2조원 증가했다. 전세자금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아파트 매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주택 매수세는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20대 이하와 30대 전국 아파트 매입비중은 31.96%다. 2년 만에 20·30대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급매물을 보러 오는 젊은 부부의 문의가 늘었다"며 "가격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내 집 마련하겠다는 실수요 위주"라고 설명했다.

혼인 건수도 부동산 경기가 경색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혼인 건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1.5% 늘어난 1만7926건으로 집계됐다. 혼인 건수는 지난해 8월부터 전년 같은 달보다 증가세로 돌아섰고 6개월 연속 늘고 있다. 혼인 건수가 6개월 이상 증가한 것은 2012년 4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코로나 기간 혼인 건수가 크게 줄었던 기저효과와 20·30대의 매수세 유입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