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갭투자(아파트 매매 후 실거주하지 않고 임대) 거래량이 올 들어 두 달 연속 200건을 넘어서는 등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매매가 하락폭이 커서 전세가와의 격차가 좁혀진 강동·송파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자의 급매가 쏟아진 노원구 등에서 갭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늘어나는 서울 갭투자…송파·강동구, 2~3배 '껑충'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갭투자 거래량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203건, 204건으로 작년 12월(115건)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2월(492건)보다는 줄었지만, 가계대출 총량규제 직후인 작년 2월(138건)보단 증가했다. 지난달 거래량은 아직 실거래가 신고기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지나지 않았지만 70건으로 지난 2월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최고가 대비 매매가 하락폭이 컸던 송파·강동구에선 대단지 아파트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고 있다. 강동구의 1, 2월 갭투자 건수는 42건으로 작년(22건)보다 증가했다. 송파구도 작년 같은 기간(17건) 대비 세 배 넘게 증가한 57건으로 집계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 매매가는 2021년 말 18억9000만원(17층)에 달했지만 지난달 15억3500만원(9층)까지 3억5500만원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가는 10억원(7층)에서 지난 1일 8억원(7층)으로 2억원 내리면서 가격 차가 줄었다. 고덕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 59㎡ 위주로 들어오던 갭투자가 84㎡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전세가 대비 매매가가 더 빨리 반등하다 보니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송파구에 비해 반등폭이 작은 성북구나 노원구에서도 갭투자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의 1, 2월 갭투자 건수는 4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5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성북구도 14건에서 36건으로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선임연구원은 “하락폭이 컸던 송파구와 강동구, 영끌 투자자가 많아 급매물건이 쏟아진 노원구는 매매와 전세가 차이가 다른 구에 비해 더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며 “1월 3일 다주택 규제 완화와 보유세 인하가 이뤄지면서 다주택자들이 한 발 앞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