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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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문의 전화도 없었는데 새해 들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나서는 문의 전화도, 찾아오는 실수요자도 꽤 늘었습니다. 당장 계약이 성사되는 등 성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서울 노원구 상계동 A 공인 중개 관계자)

정부가 집값 연착륙과 거래절벽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대거 풀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은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다. 그간 없었던 문의 전화가 늘고 직접 방문해 상담받는 실수요자들이 늘었단 설명이다.

11일 서울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된다는 소식에 문의가 늘었다"며 "지난해 집값이 꺾인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간만에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상계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작년, 재작년 가격이 너무 비싸 손사래를 치고 갔던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받았다"며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안이 나오다 보니 수요자들이 다시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전화도 안받던 손님들이 이제는 먼저 전화해 문의를 주기도 한다"고도 했다.

실제 바닥을 치던 매수 심리는 소폭 회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 63.1에서 64.1로 1.0포인트 올랐다. 지수가 전주 대비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첫째 주 이후 8개월(35주) 만이다. 동남권(71.7→73.2), 도심권(62.4→63.8), 동북권(62.3→63.2), 서남권(60.1→60.2), 서북권(56.3→58.5) 5개 권역에서 모두 개선됐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단 뜻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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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도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온 이후 이전과는 달라졌다.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가 올랐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늘었다는 세 현장의 목소리다. 마포구 상암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급매로 집을 내놨다가 일단은 지켜보겠다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어떤 집주인들은 요즘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많은지 등 시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는 강남구 개포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조정하기도 한다"며 "정책이 바뀌고 있으니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단 뜻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와 고공 행진하는 금리, 일부 대출 규제 등은 여전히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급매물을 위주로 알아보는 전화가 대부분"이라며 "실수요자들은 급매물 수준의 가격을 원하고 있고, 높은 금리 탓에 계약을 망설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강동구 상일동 F 공인 중개 관계자도 "분위기 반전으로 거래절벽이 해소될 만큼 유의미한 수준의 거래량이 나올지 잘 모르겠다"며 "아직 집값이 바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도 많다. 당분간 신중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시장에 묶여있던 규제를 풀었다. 서울 강남·송파·서초·용산 4개 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12억원 초과 중도금 대출 허용 등을 발표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