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연간 월세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어섰다. 연간 계약 건수에서도 월세가 처음으로 전세를 앞질렀다. 전·월세 제도 도입 이후 ‘월세 100만 건 돌파’ ‘전·월세 거래량 역전’은 처음이다. 오랜 기간 전세 중심이던 국내 임대차 시장이 집값과 금리의 동반 격변 속에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임차인이 신고한 ‘확정일자’ 기준 월세 건수는 총 107만3412건으로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었다.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는 97만7003건이었다. 남은 3개월 거래까지 포함하면 올해 월세 계약은 150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전국 월세 거래량은 2019년 82만208건, 2020년 88만7788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100만 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한 번도 뒤집힌 적이 없던 전국 전세 계약 건수 역시 올해 처음으로 월세에 추월당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전세 계약은 101만1172건으로 월세 거래량보다 6.1% 적었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월세 통계에 반영하는 ‘반전세’가 최근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도 월세가 급증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과거 임대인이 선호하던 월세 계약을 최근 고금리와 대출 규제 여파로 임차인이 원한다는 점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2~3년 사이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월세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