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경. / 자료=한경DB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경. / 자료=한경DB
"이거 정상거래 아니고 증여예요", "정상거래 맞아요", "국세청에서 분명히 조사 들어오고 취소될 겁니다"…(헬리오시티 아파트의 한 단체채팅방)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최고가 대비 10억원가량 떨어진 실거래가가 뜨면서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 84㎡(20층)는 13억8000만원에 직거래를 통해 매매됐다. 공개는 지난 26일 이뤄졌고, 이후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와 단체채팅방 등을 진실여부를 두고 공방이 뜨거운 상태다.

헬리오시티에서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는 지난 5월만해도 23억원이었다. 8월에도 22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집값이 약세를 감안해도 로열층·로열동을 기준으로 나와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22억원 정도고, 보통 매물들은 20억~21억원대다. 같은 면적의 전셋값은 10억~12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됐다.

이번 급락한 매매가는 전셋값에 2억원 정도 더한 값인 셈이다. 때문에 최고가 대비 10억원가량 하락한 거래에 대해 아파트 주민은 물론 주변 아파트에서도 '진실찾기',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다.

단지 내 상가의 A공인중개사는 "이번 거래(13억8000만원)가 뜨고 집값 문의가 정말 많이 들어왔다"며 "매도자와 매수자간 거래로 이뤄진 직거래인데, 시장에 나왔던 매물이 아니어서 가족이나 지인거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여거래가 아닌 매매지만, 시장에서 이뤄진 거래가 아니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래 취소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단지 내 또 다른 B공인중개사는 "터무니없는 매매가인데다 단지 내에서 주목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보니, 결국 거래취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몇달전 (당시 시세보다 낮았던) 21억원 거래도 화제가 됐다가 금새 취소된 바 있다"고도 했다.

아파트 내에서의 여론은 변하고 있다. 지난 26일만 하더라도 '말도 안된다', '범인이 누구냐'는 험악한 분위기가 나왔다. 하지만 2~3일째에 접어들면서 '정상거래라면 분명히 고도로 계산된 거래일텐데, 어떤 이유에서 이런 거래가가 나왔는지 궁금하다'가 됐다. 매매가는 터무니 없지만, '절세'나 '매수자에게 유리한 거래'가 이유라면 되레 배우고 싶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헬리오시티의 한 단체 채팅방에서는 "증여는 증여거래라고 뜨는데, 이 경우는 가족이나 친족간 매매인 것 같다"며 "월세를 (12억원) 전세로 돌리고 친족간의 거래라고 하더라"라며 낮은 가격에 매매한 것으로 추정했다. 증여나 부담부증여보다 저가 매매의 세금이 낮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업계 세무관계자들은 '특수관계인 매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여가 아닌 실제 돈이 오간 거래라는 것이다. 헬리오시티의 거래가를 20억원으로 가정해 증여거래를 했다면 이에 대한 증여세를 내야한다. 전세 12억원을 낀 부담부 증여라 하더라도 8억원 증여(단순계산으로 가정)에 대한 1억6000만원가량의 증여세가 예상된다.

가족간 거래라고 하더라도 '특수관계인 매매'를 통해 실제 돈이 오가는 매매는 세금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수관계인 매매의 경우 거래가와 시가가 30% 혹은 3억원 차이까지는 용인이 되지만, 그 이상으로 벌어지면 3억원까지만 인정을 하는 게 보통이라는 것. 3억원 이상의 차이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는데, 이 세금이 부담부증여보다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예를 들어 20억원의 헬리오시티의 가족간 매매가 17억원까지는 세금부담이 없지만, 13억8000만원이면 (17억원-13억8000만원) 3억2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면 된다. 앞선 부담부증여거래(증여금액 8억원)보다도 세금부담이 덜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누진되는 구조다. 1억원 이하에서는 증여세 세율이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사는 20%지만 누진공제액은 1000만원이다. 5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이하는 증여세율이 30%인데다 공제액은 600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매매가가 하락하면서 부자들은 현재 시점을 '절세 증여'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자금 여유가 있는 예비 매수자라면,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좋은 매물을 살 선택지를 골라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헬리오시티는 서울에서 최근 1년간 갭투자가 가장 많은 아파트로 나타났다.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헬리오시티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전체 거래(40건) 중 갭투자가 15건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신천동 파크리오가 32건 중 13건, 문정동 올림픽훼밀리가 18건 중 11건 등의 순이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