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주택 거래량이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마저 빠르게 뛴 영향이다. 올 하반기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할 땐 쉬어 가는 것도 전략이지만, 실수요자들은 이런 때 경매시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그래픽=이정희 기자

“아파트 경매, 내 집 마련 기회 될 수도”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후 경매시장에 주택 매물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르면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들이 어느 순간 원리금 상환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안팎에선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찍은 데다 미국 기준금리(연 1.5~1.75%)의 상단(1.75%)이 한국의 기준금리(연 1.75%)와 같아져서다. 국내외 투자은행(IB)들은 올 연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2.5~3%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세보다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아파트의 경우 청약보다 경매 경쟁률이 낮다. 비교적 낮은 경쟁률로 시세보다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 아파트 경매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생겨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실제 경매시장에서 서울 지역 아파트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6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56.1%다. 전월(35.6%)에 비해 2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의 절반 이상이 새 주인을 찾았다는 얘기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를 뜻하는 낙찰가율은 올 6월 110.0%로 전월(96.8%)에 비해 13.2%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경매 한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3.6명이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과 경기 지역 아파트값의 절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기 외곽으로 경매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며 “의왕 의정부 등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의 낙찰가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했을 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미리 관심 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해 매매나 전·월세 시세를 잘 파악해둬야 한다”며 “교통 입지나 생활 인프라 등도 꼼꼼하게 살펴 미래 가치까지 미리 판단한 뒤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거주 목적이고 시세에 비해 5~10% 이상 싸다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교통 흐름이 좋은 지역의 매물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급격한 하락장 어려워…내년 초 이후 적기”

전문가들은 일단 올 연말까지는 주택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량 감소는 결국 실수요자의 매수세 감소를 의미하는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올 연말까지는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실수요자라면 경매를 주목하라"
지난 5월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뒤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791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159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1만 건을 밑돈 것은 처음이다.

다만 거래 절벽이 급격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 조정세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정부의 수요 억제 효과 때문이지 대세적으로 집값 우상향 추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과정에서 일부 지역엔 개발 호재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로 실물자산의 가치가 같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개인의 주택 구매 계획에 따라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수준에서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청약을 넣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역시 “경기 위축 우려가 불거질 때는 아무래도 상업·업무용 부동산에 비해 수요가 꾸준해 가격 하방 지지가 가능한 아파트가 더 관심을 받는다”며 “시세 대비 10~20% 내린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용 급매물이나 경매시장을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