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 사진=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 사진=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경남 창원시 부동산 시장이 시끄럽다.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의창구가 비규제지역이 됐는데, 성산구는 규제지역으로 남으면서다. 성산구 주민들은 "규제로 묶여 있는 동안 창원 내 다른 지역들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는데 이번 조치로 지역 내 자산 격차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2022년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도 국토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2020년 12월18일 기준 창원시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 성산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당시만 해도 용호·신월·대원동은 의창구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창원시 행정구역조정으로 용호·신월·대원동은 성산구로 편입됐다. 창원시는 이들 동이 성산구로 편입됐지만, 규제지역 지정 당시 행정구역을 적용받아 투기과열지구 적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의창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의창구 규제를 같이 적용받던 용호·신월·대원동이 비규제지역이 됐다. 이들 3개 동에는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많아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이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 있는 한 재건축 아파트. / 사진=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 있는 한 재건축 아파트. / 사진=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성산구 신월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처음에 규제 해제가 발표되고 나서 '정부에서 착오가 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이들 동이 비규제지역이 돼 재건축 단지들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상황에 일부 지역 거주민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했다.

성산구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주민은 "성산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은 것은 불합리하다"며 "규제로 최근 몇 년간 인근 다른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만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규제로 성산구와 창원 내 다른 지역 자산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며 "성산구도 규제지역 해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창원시청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도 여러 차례 현장에 나와 미분양 현황이나 지역 거래 현황 등을 살폈고, 시에서도 국토부에 관련 자료를 꾸준히 제공했다"며 "3개 동에 재건축 단지들이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봤을 때 가격 급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창구 역시 하반기 분양 등이 있긴 하지만 가격이 상승하긴 어렵다고 판단,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산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창원 전체를 비규제지역으로 풀게 되면 아무래도 (가격 상승 등) 부담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규제지역으로 남겨두고 지켜보려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착오 있었던 것 아니냐" 갸우뚱…창원 집주인들 혼란
의창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이유는 의창구 내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창원시 미분양주택은 563가구다. 의창구 북면 무동리에 있는 '동원로얄듀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단지는 총 525가구를 분양했는데 이 가운데 445가구가 주인을 못 찾았다. 전체의 84%에 달하는 물량이 미분양된 것이다.

의창구 북면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북면 무동 등이 규제지역으로 묶여있다 보니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었다"며 "의창구가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것도 무동 내 미분양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비규제지역이 되면서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나 분양권 전매 제한 같은 각종 규제가 풀렸지만, 시장 자체는 조용하다. 특히 이번에 해제된 지역 가운데 신월동 등에는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해 있지만 물건을 팔려는 집주인만 있을 뿐 사려는 매수자는 없는 상황이다.

신월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신월 주공에서 매물이 꽤 많이 쏟아지고 있다"며 "지역에서 계속 거주할 실수요자들보다는 투자자들 매물이 대부분이다. 분담금 낼 여력이 없다 보니 매물로 내놓는 중"이라고 했다.

집값도 하향 안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의창구 집값은 지난달 첫째 주(6일) 하락세로 전환해 5주 연속 하락했다. 넷째 주(27일)엔 낙폭이 0.07%로 더 커졌다. 성산구 집값도 마찬가지로 5주 내내 떨어지고 있다.

창원(경남)=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