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5단지아파트 및 6단지아파트 일대 전경.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5단지아파트 및 6단지아파트 일대 전경.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집 사겠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매물이 없어요. 하루 아침에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니 집주인들이 매도를 미루고 있습니다.”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인근 한 중개업소에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목동과 조건이 비슷한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자 목동 재건축도 곧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자 이날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0억원 초반대를 오르내리던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전용면적 47㎡ 매도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라 11억5000만원대에 다다랐다. 같은 기간 전용 94㎡ 호가도 2억원 가까이 올라 18억원에 육박했다.

◆며칠새 호가 1억원 이상 뛰어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6단지는 늦어도 이달 초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결과를 최종 통보받을 것으로 보인다. 목동 6단지는 지난해 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D등급)해 공공기관의 2차 검증을 통과해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6단지의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인근 K공인 대표는 “이번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목동 일대 재건축 사업이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는 A~C등급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D등급 조건부 재건축(공공기관 검증 필요), E등급(재건축 확정)으로 나뉜다. 민간에서 시행하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바로 확정되고 D등급을 받을 경우 ‘조건부 재건축’으로 공공기관의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목동 9단지 역시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통보받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6단지 전용 47㎡ 10억원 중반대 급매물도 있었는데 성산시영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자 물건들이 싹 들어갔다”며 “매매를 진행하다가 계약을 파기하는 집주인들이 10명 중 8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D공인 대표도 “집주인들 사이에서 집을 가지고만 있어도 값이 계속 오를 텐데 왜 파냐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매도인 중에선 기존 희망가에서 5000만~6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더 받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안혜원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안혜원 기자)
시장에서는 목동 6단지가 정밀안정진단을 통과할 경우 호가가 수억여원이 더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6단지는 1차 안전진단 결과에서 종합점수로 성산시영(53.87점)보다 낮은 51.22점을 받은 바 있다. 정밀안전진단은 55점 초과면 유지보수, 30~55점 이하는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으로 분류한다. 목동 Y공인 대표는 “1차 정밀안전진단 점수를 기준으로 하면 6단지도 최종 통과가 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며칠 뒤 통과 발표가 나오면 며칠 사이에 1억~2억원은 우습게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엔 재건축될까"…목동 일대 '들썩'

목동 6단지가 정밀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목동 일대는 재건축 추진 기대감으로 들썩이는 분위기다. 6단지는 물론 대부분 단지들의 호가가 동시에 치솟고 있다. 이 단지 인근 E공인 대표는 “목동 신시가지 일대에선 한 단지에서 재건축에 대한 호재성 소식이 나오면 동시 다발적으로 가격이 뛰는 특성이 있다”며 “주변 단지에 비해 시세가 저렴한 편인 11단지까지 호가가 나날이 오름세”라고 전했다.

목동 신시가지는 재건축 사업성을 결정하는 대지지분이 대부분 단지에서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1~14단지는 대부분 최고 15층 이상 중층 또는 20층 고층 단지인데도 대지지분이 공급면적의 80%를 넘는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 비율)도 120% 안팎으로 낮은 편으로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300%까지 올리면 사업성은 높아진다.
서울 양천구 목동14단지아파트 일대 전경.(사진=안혜원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14단지아파트 일대 전경.(사진=안혜원 기자)
다만 며칠 뒤 적정성 검토에서 재건축이 불가한 등급을 받는다면 집값이 주춤할 수 있다.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 등 적정성 검토에서 1차 때 D등급을 받았는데 C등급으로 수정된 단지들이 종종 있다.

이번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향후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및 각종 인가 등 숱한 단계가 남아 있어서다. 특별계획구역 지정도 문제다. 1~3단지는 특별계획구역에 잠정적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4~14단지는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특별계획구역이란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건축물 위치 등에 대한 세세한 지침을 주는 대신 종상향과 같은 혜택을 보는 지역이다.

인근 J공인 대표는 “목동 6단지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목동 일대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10년 이상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장기 보유가 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