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략연 보고서…"전체주의적 저항력 고려해 제재 설계해야"
"북한, 제재 피해를 사회에 전가하며 버텨…제재효과 낮을 수도"
북한이 지난 5년간 경제 제재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6일 '대북 경제제재와 북한의 적응력'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대북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제재의 목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현 대북제재 레짐(체제)을 완성했다.

이는 소비재를 제외한 모든 물자와 자금의 이동·거래를 막는 사상 초유의 제재로서,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2017∼2021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약 12%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광업은 51%, 중화학공업은 30% 축소됐다.

그러나 북한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제재와 버티기로 일관했고 오히려 핵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경제제재는 대상국에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고통을 통해 대상국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대북 경제제재는 현재까지는 비핵화 유도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제재 실패의 원인으로 북한 특유의 '전체주의적 저항력'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제재에 직면해 통화 증발로 피해와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에 피해를 전가하고, 오히려 사회로부터 자원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경제, 군대경제 등 '특권경제'로 불리는 이익집단을 공격해 이권을 내각으로 회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명분으로 국경을 봉쇄해 소비재 수입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또 국가의 식량 수매량을 늘리는 농업잉여 수탈을 통해 도시 근로자에 대한 저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사적 밀수를 단속해 무역을 국가로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화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해 민간과 기업보유 외화를 국가로 집중시킴으로써 환율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상승 유인 역시 억제하고 있다고 봤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이것이 가능한 것은 북한 체제가 사회에 대한 국가의 침투성이나 포괄성, 국가기구 내부의 결집도에 있어 통상적인 권위주의 체제를 훨씬 뛰어넘는 전체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북한이 제재를 버티는 핵심 요인은 전체주의적 저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나 러시아의 후원이 북한의 제재 저항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북한의 내부 체제적 요인이므로,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라는 제재의 구멍을 메우더라도 제재 효과가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제재를 설계할 때 경제적, 외교적 요인과 함께 북한의 체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