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내홍 끝 가까스로 성사…밀폐공간서 음성변조 '블라인드 면접'
이낙연·최문순·이광재 1∼3위…3위밖 이재명 "취준생 마음 이해"
정곡 찌른 Mr.쓴소리 압박질문에 진땀 뺀 與 '대통령 취준생들'
"면접관님 잠깐만요", "예상질문과 전혀 달라 망했나 싶었어요"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이 진땀을 뺐다.

주제를 불문하고 가해오는 압박 면접 심사에서는 손을 덜덜 떨기도 했다.

4일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경선 '국민면접' 행사는 취업준비생의 면접고사장을 방불케 했다.

9인의 후보들은 각각 수험표를 달고 정자세로 앉은 채 블라인드 면접에 이어 불쑥불쑥 송곳처럼 찔러오는 대면 압박면접도 치렀다.

송영길 대표는 행사에 앞서 "후보들이 오늘은 대통령직 취업준비생이 돼 이곳저곳 이력서 들고 다니는 청년들의 심정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2030의 아픔과 현실을 함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면접은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 섭외로 불거진 면접관 선임 내홍 끝에 가까스로 성사, 흥행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 밀폐공간서 음성변조 마이크 쥐고 '깜깜이 면접'
후보들은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사방이 막힌 부스에 갇혔다.

이른바 '깜깜이 면접' 고사장이었다.

좁은 방 안에는 음성이 변조되는 마이크가 놓였고 후보들은 1분 내 답변을 완료해야 했다.

200명으로 구성된 국민면접관은 실시간으로 '공감' 버튼을 눌러 점수를 매겼다.

3위까지 공개된 블라인드 면접 심사 순위는 이낙연·이광재·이재명 후보 순이었다.

이낙연 후보는 블라인드 면접 뒤 "예상 질문과 전혀 달라 망했나 싶었다"며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히든싱어, 복면가왕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방송하다 보면 (발언 시간이) 0.5초가 부족했는데 이번엔 1초가 부족했다"며 "작은 실수가 있었는데 용서하시고 앞으로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반드시 채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광재 후보는 소감을 묻는 말에 "가문의 영광"이라며 "떨렸다.

사실 게임물 등급 폐지 등 10대 관련 정책을 준비했는데 질문이 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정곡 찌른 Mr.쓴소리 압박질문에 진땀 뺀 與 '대통령 취준생들'
◇ '1대 3 압박면접' 진땀 뺀 후보자들…종합 우승자는 이낙연
진검승부는 후보당 10분간 진행된 '1 대 3 집중면접장'에서 펼쳐졌다.

후보들은 무대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의자에 홀로 앉아 김해영 전 의원,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교수, 시사인 출신의 천관율 기자 등 면접관 3명의 송곳 질문에 답해야 했다.

답변시간이 제약된 후보들은 분주했다.

특히 1차 블라인드 면접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한 후보들은 국민면접관의 '표심'에 막판 호소하는 데 주력했다.

3시간에 걸친 '국민면접' 종합 우승자는 이낙연 후보였다.

이어 최문순·이광재 후보 순이었다.

1차 블라인드 면접과 '1대 3 집중면접'을 단순합산한 결과로, 종합 순위는 3위까지만 공개됐다.

이낙연 후보는 소감을 묻는 말에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3위 안에 들지 못한 이재명 후보는 "취업 준비생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 '국민면접'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 것을 두고 흥미로웠다는 반응과 더불어 단순하게 시선을 끌기 위해 유명 예능프로그램을 따라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크 출력 음성을 변조하기는 했지만, 말투나 메시지 내용을 미루어 충분히 특정 후보를 연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송 대표는 '김경율 회계사 면접관 인선 취소 사태'를 의식한 듯 "국민면접관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었다만 우리 국민의 관심을 끌고 흥행을 성공 시키고자 하는 경선기획단의 충정을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정곡 찌른 Mr.쓴소리 압박질문에 진땀 뺀 與 '대통령 취준생들'
◇ '면접관 김해영' 작심 송곳질문…'조국 사태'에 '여배우 스캔들'까지
면접관으로 나선 김해영 전 의원은 2차에 걸친 면접 진행을 사실상 총괄하며 후보들의 혼을 빼놨다.

답변이 길어지는 듯하면 가차 없이 답을 끊기도 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답게 거침없는 질문으로 후보들의 빈틈을 후볐고, 이낙연 후보를 상대로는 '조국 사태'도 스스럼없이 꺼내 들었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고, 욕설 논란에 대한 이 후보의 '90도 사과'를 재차 끌어내기도 했다.

추미애 후보에게는 "본인을 안중근 의사에 비교하고 본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일본 형사에 비유한다.

이런 태도는 나만 선이고 다른 사람은 악이라는 후보자 평소의 생각을 반영한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추 후보는 '1대 3 집중면접' 도중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움켜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정세균 후보에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그만두고 나왔다.

대선 출마보다 총리로서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는 게 나라에 도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큰 형님'이라 칭하며 공식으로 사과한 김두관 후보에게는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것은 3권분립에 맞지 않는다"고 정곡을 건드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