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소장파 중진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주 예정된 개각과 5월 당내 원내대표 선거에 이름을 올린 인사 대다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소장파로 꼽히는 3·4선 의원들이다. 또 2년여간의 장관을 마치고 친정으로 복귀하는 의원 출신 장관들도 정치적 입지 강화를 고민해야 하는 3·4선 의원들이다.

김영춘 장관
김영춘 장관
3일 여권에 따르면 개각과 원내대표 선거전이 맞물리면서 민주당 3·4선 의원들이 들썩이고 있다. 입각이 유력시되는 박영선(구로을)·우상호(서대문갑) 의원은 일찌감치 내년 총선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4선인 박 의원과 3선인 우 의원은 주변에 “국회 의원 한 번 더하는 것보다 행정부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의견을 직간접으로 피력해왔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3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차기 서울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거론되는 4선의 진영 의원(용산)도 당내 친한 인사들에게 “다음 총선보다는 입각에 관심이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이 모두 입각하면 다선 의원들이 다져온 서울 지역구 세 곳이 빈다. 신진 인사 수혈 등 전략 공천 지역구가 많아지는 셈이다.

3선의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전에 뛰어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86그룹(60년대생, 80년대 학번)’ 선두주자인 이 의원은 그동안 친화력 부족 등이 단점으로 꼽혔으나 이번엔 당내 고른 지지를 등에 업고 차기 원내사령탑에 도전한다. 우 의원이 입각하고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86그룹 다선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공세’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김부겸 장관
김부겸 장관
2년 만에 당으로 복귀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김현미 국토교통부·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행보도 주목된다. 김부겸 장관은 여권에서 희소성이 높은 TK(대구·경북) 출신 4선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꾸준히 차기 대권주자군으로 거론됐다. 그동안 정치적 행보가 조심스러웠으나 복귀 후에는 당내 구심점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영춘 장관은 PK(부산·경남) 총선 국면에서 중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장관은 원내대표 출마도 고민했으나 당분간 지역구 다지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2년간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뒤 복귀한 중진들이 당정 간 정책 조율 과정에서 일정 부분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