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재판 무효와 보상 내용 담은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70년 전 제주4·3 당시 계엄령 하의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지자 환영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4·3 수형인 70년 만의 재심 결정에 환영 잇따라
4·3희생자유족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4·3 수형인의 억울함을 인정하는 사법부의 첫 결정이라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둔다"며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환영했다.

유족회는 "어렵게 성사된 재심을 통해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수형인의 삶을 살았던 분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형무소에서 사망 또는 행방불명된 수천명의 억울한 희생자는 재심을 청구할 길이 없다는 점이 염려스럽다며 "이분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군사재판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반영해 발의된 4·3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4·3평화재단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4·3 수형인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의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재심 결정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한 긍정적 신호임이 분명하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재단은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대한 사법부의 적극적 판단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으며, 4·3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했다.

4·3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위원회는 "기본적인 인권마저 유린당한 분들의 아픔과 깊은 생채기를 회복시킬 수는 없겠지만, 일부라도 명예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판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재심 결정으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통해 수형인 피해자들의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창일(제주시갑)·오영훈(제주시을) 의원은 "군사재판 무효와 불법군사재판으로 이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담고 있는 4·3 특별법 개정안이 작년 12월 발의된 이후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곤(서귀포시) 의원도 논평을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과 사법적 정의 실현을 위한 재판부의 이번 노력은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길에 힘을 보탠 것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국가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양근방(86)씨 등 4·3 수형 피해자 18명이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청구사건과 관련,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들 피해자는 1948년 가을경부터 1949년 7월 사이 군·경에 의해 제주도 내 수용시설에 구금됐다가 인천·대전·대구 등 다른 지역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이들은 지난해 불법 군사재판에 의한 형을 무죄로 해달라며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통해 70년간 수형인이라는 낙인 속에 평생을 억울하게 살아온 80∼90대 고령의 피해자들이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