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아세안 외교 거점…경제적 보완성 높아 협력가능성 커"

이상덕 주싱가포르 대사는 싱가포르 정부가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지난 10월부터 북한을 비자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북한인들의 싱가포르 출입국 및 싱가포르내 활동이 상당히 제약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지난 22일 한·아세안(ASEAN) 관계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연합뉴스 등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대사관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은 그동안 30일간의 싱가포르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사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이행 차원에서 지난 7월 말 북한을 비자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식 발표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10월1일부터 이를 실제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사는 "싱가포르는 올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해 강한 어조의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북한인의 이동에 대한 실질적 통제수단이 될 수 있는 비자면제 중단조치를 실시하는 등 북한에 대해 전례없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는 한·싱가포르 관계에 대해서는 "싱가포르는 우리의 대(對) 아세안 관계 강화뿐 아니라 우리의 주요 정책과 한류 등을 동남아에 전파하는 거점 국가"라면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18년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한다.

이 대사는 이어 "양국은 1975년 수교 이래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양국간 정상급 및 각료급 인사의 빈번한 교류를 통해 실질적 협력관계를 다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는 "높은 기술력과 경험을 갖춘 우리 기업, 특히 우리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력과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 및 인지도를 보유한 싱가포르 기업들과 협력할 경우 한·싱가포르 양자간 경제협력 증진뿐 아니라 제3국 공동진출이라는 유망한 협력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한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주요 교역국가로서 상호 경쟁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보완성이 대한히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싱가포르가 금융, 물류, 서비스 허브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핀테크, 자율주행차, 바이오산업 등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이라는 기치 하에 창조경제 및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 한·싱가포르 교역규모는 229억달러이며, 우리나라의 대 싱가포르 수출은 150억달러, 수입은 79억달러 규모다.

2006년 3월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양국간 교역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2015년 기준 싱가포르는 우리의 10대 교역국이며, 우리는 싱가포르의 7대 교역국이다.

이 대사는 또 보호무역주의 및 신고립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과 관련,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 새 행정부 외교팀의 인선이 완료되지 않아 예단은 하지 않고 있지만 아세안에 대한 관심은 오바마 현 대통령에 비해 낮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EAS(동아시아정상회의) 회의에 어떤 중요성을 부여할 것인지가 아세안 국가들의 당면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 및 미국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향배를 둘러싼 미중간의 관계가 싱가포르 및 아세안 국가들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면서 특히 미중간 대결 국면이 조성돼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외교부 공동취재단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