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靑 회동 전대 무관? 누가 믿나", 친박 "김무성 이율배반"
정병국 주호영 단일화 물밑 움직임…이주영 "계파 대결 구도" 비판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의 소재와 후보 단일화를 놓고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4·13 총선 참패의 책임론 속에서 서로를 향한 직접적 공격을 자제해온 양대 계파가 당권의 향방을 가를 전대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대립의 날을 세워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구·경북(TK) 지역 초·재선 의원을 청와대로 부르자가 비박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애초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전대 개입 논란 때문에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청와대는 개의치 않고 진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민심 청취가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전대에서 친박계에 힘을 실어주는 목적이 담겼다는 게 비박계의 시각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가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굳이 TK 의원들을 불러모아야 했느냐"면서 "아무리 청와대가 전대와 무관하다고 해명해도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좀처럼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않던 김무성 전 대표도 3일 민생투어 중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를 앞두고 대통령께서 특정 지역의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사드 문제 때문에 가슴이 타들어 간다고 한 대통령께서 TK의원들의 면담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김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밀면서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박계 후보들을 향한 단일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비박계 정병국, 주호영 후보는 전날 오후에도 양측 캠프의 실무진을 통해 후보 단일화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 모두 완주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승산이 희박하다는 분석에 따라 이르면 이날 오후나 5일까지는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를 계파 패권주의의 전형으로 지목하고 공세를 펼쳤다.

범친박계의 이주영 후보는 MBC 라디오에서 "이번 전대까지 계파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낸다면 당의 미래는 참 암울하다"면서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뒤에서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친박계 조원진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를 지냈으면서 특정 후보들을 지목해 단일화를 종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는 심보로서 전대에 개입하는 의도가 대권 때문이라면 경선 공정성이 벌써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류미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