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역사 인식 논란 등을 낳은 김재원·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그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3개월 징계를 받았다. 태 최고위원은 징계 결정에 앞서 스스로 직을 내려놓았고, 사퇴를 거부한 김 최고위원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는 중징계를 면치 못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을 하루속히 수습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지난 집권 1년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여당의 책무를 되새기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집권 초부터 집안싸움이 끝이 없었다. 집권 두 달 만에 당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법정 공방까지 벌어졌다. 선거에 연승해놓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두 번이나 꾸린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정권 명운이 걸린 중대한 시기에 수개월 동안 당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느라 정부에 힘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짐이 됐다. 이번 두 최고위원 사태도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집만 가득했다. 역사 인식에서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 파장을 감안해 당에 마이너스가 된다면 마땅히 신중을 기해야 했다. 당 리더십도 문제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어떤 비전도, 쇄신의 고삐도 안 보인다. 간호법, 방송법 등 주요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기 급급하다.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로 내세운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위해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하기는커녕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권의 주요 정책을 받쳐주고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하는 집권당의 고유 기능도 자취를 감췄다.

이 와중에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은 야당 대표 면전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자기 당 대표를 비판하느라 바빴다. 거대 야당을 상대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내부 총질이나 해대니 집권 여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두 최고위원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국민의힘은 비상한 각오로 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소수당으로 남게 되고, 국정의 명운이 걸린 개혁은 모두 물 건너가게 된다. 김기현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